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껍데기는 가라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뜬금없이 웬 껍데기 타령이냐고? 요즘 돌아가는 품을 보니 여기저기 ‘껍데기’가 보여서 하는 말이다. 대선이 양자구도로 좁혀지면서 후보들의 말본새가 거칠어졌다. 상대 후보가 당선되면 나라가 하루아침에 결딴날 것처럼 말씀들 하신다. 그저 선거용 발언이려니 하고 넘기면서도 개운치가 않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나아갈 것이다. 그동안 해오던 관성의 힘이 있고, 어찌 됐든 굴러가는 시스템의 힘이 있으며, 그간의 경험으로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방에 훅 갈 만큼 간단한 대한민국이 아니다. 외려 누가 대한민국호(號)의 조타수가 되더라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거리만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가 더 고민이다. 그러니 상대방 걱정은 그만하시고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을 갈고닦는 데 더 힘쓰시길 바란다.

 선거가 끝나면 껍데기 공약을 골라내야 한다. 공약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지만 이를 다 지키는 게 꼭 바람직한 건 아니다. 한 후보는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분이고, 다른 후보는 ‘책임감과 사명감, 시대정신’을 중히 여기는 분이라고 하니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는 납품단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주는 방안이 들어있다. 중소기업계가 계속 요구했던 사안이지만 최근 2~3년간 상생과 동반성장을 부르짖었던 이명박 정부조차 문제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다. 국내 대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납품단가 인상을 세게 요구받을 수 있다. 원가 부담 때문에 물량을 해외 조달로 돌리면 국내 일자리만 줄어들 우려가 있다.

 야당의 껍데기 공약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다. 출총제는 충분히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다. 기껏해야 출총제를 제대로 모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를 겨냥한 정치 슬로건일 뿐이다. 출총제가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전체의 신뢰성과 실현가능성까지 깎아내리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새 정부 초반에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셀 것이다.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는 안팎의 비판이 있지만 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조차 간단치가 않다. ‘김종인 색깔’이 빠진 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발표되던 날, 한 재계 인사는 “빵 하나 훔쳤다고 사형을 선고했다가 이걸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준 것인데 뭐가 환영할 일인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빵 한 조각 훔쳤다가 19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에 빗대 신세 한탄을 한 거다. 답답한 맘은 알겠지만 국민은 결코 재벌을 보면서 장발장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 폭풍이 불고 있는 와중에 삼성·CJ는 창업주 추도식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과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는 이런 ‘강심장’ 혹은 ‘무신경’도 열심히 키질해서 까불러야 할 껍데기다. 그래야 국민과 재벌이 신동엽 시인의 아사달 아사녀처럼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 할 수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