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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태석상 받은 간호사 아프리카의 태양열 전도사 사연만 들어도 마음 벅찬 한국인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막막했다. 100년이 지나도 이 사람들의 삶이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다짐했다. 한 사람만이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오늘 하루 내가 산 이유와 가치는 충분하지 않겠냐고.”

 아프리카에서 20여 년간 의료봉사를 해온 백영심(50) 간호사가 27일 외교통상부가 주는 제2회 ‘이태석상’을 수상한 뒤 한 말이다. 우리 사회 어떤 고위 관료, 정치인, 나아가 대선 후보들의 입에서도 이 정도의 진심과 체험과 무게가 담긴 말은 들어보기 어려울 것 같다. 백 간호사는 고려대부속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1990년 케냐로 의료선교를 떠났다. 봉사 4년째에 환경이 더 열악한 최빈국 말라위로 옮겼다. 오랜 세월 노력 끝에 초등학교·병원·간호대학을 세우는 기적을 일구었다. 그 자신은 지금 갑상선암을 앓고 있다.

 아직 상이 주목하지 못했을 뿐이지 고 이태석 신부의 뒤를 따르는 세계 각지의 한국인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나는 지난 19일 탄자니아 동부 벽지의 은지안네 마을에서 최홍규(63) 박사를 만났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에너지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태양광 전문가다. 가족과 뉴욕에 거주하다 재작년 10월 아프리카에서 ‘태양(solar) 선교’를 펼치기로 결심하고 홀로 짐을 쌌다. 탄자니아는 4300만 인구의 90%가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8000㎾h, 탄자니아는 90㎾h 다.

 열악한 여건상 돈이 많이 드는 첨단 태양광 기술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옛날 시골 장마당의 약장사처럼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어른·아이·노인들 앞에서 값싼 태양광 장치를 시연해 보이고 있었다. 비닐 씌운 나무상자 안에 이어 맞춘 폐품 패널 조각과 배터리를 조작하자 LED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휴대전화 충전용은 6.5달러, LED전등까지 갖추면 20달러. 최 박사는 “먼저 이곳 고등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마을마다 보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간다 서남부 콩고와의 국경 마을에 가서는 서울의 은평천사원에서 파견된 자원봉사자 윤효진(27·여)·이승환(22)씨를 만났다. 힘들 게 뻔한데도 청년들은 구김살이 없었다. “이곳은 옛 토로 왕국 영토인데, 공주님이 며칠 전 미국 흑인 연예인과 결혼하는 바람에 주민들 불만이 대단하다”며 신나게 재잘거렸다. 이틀 뒤인 23일, 귀국길에 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환승 항공편을 기다리던 60대 한국인 부부와 마주쳤다. 그들은 5년 전 은퇴 후 작심하고 우간다 시골로 떠났다고 한다. 현지에 초등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고용해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사연만 들어도 마음이 벅차고 설레는 좋은 분이 참 많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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