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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같은 대도시서 여유롭게 살아가려면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서울 중심부를 보면 활기가 넘치지만 농촌에 가면 죽은 듯 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은 거주하기에 물가가 너무 비싸다. 농촌 지역을 정책적으로 활성화하면 젊은 사람도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성식 기자]
‘라다크의 여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66)가 신간 『행복의 경제학』(중앙북스)을 들고 방한했다. 지난해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던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한국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출간된 상태다.

 이 책은 최근의 금융위기, 중산층의 붕괴, 대량 실업, 환경 파괴 등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2년 이후 여섯 번째 한국을 찾은 호지를 29일 만났다.

 -세계화가 허울뿐이라고 말했다.

 “20세기 후반 공산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성장이나 세계화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 경제는 어떤가. 대형 은행과 초국적 기업에 휘둘리고, 더 빠른 생산과 소비,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자원을 낭비한다. 또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술 발전에 목을 메고, 반대로 세금을 내기 싫어 고용을 줄인다. 이는 대량 실업을 양산하고, 재정적으로 불안감을 조장하며 정부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 지역화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티베트 라다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라다크는 국제 문호를 개방하기 전과 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5일 동안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온 버터가 지역에서 생산된 버터보다 더 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고 정부 보조금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이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가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신호다.”

 -지역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미 아래로부터 위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생겨나고,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좁히면서 자원 낭비를 막고 있다. 많은 농부들이 단일작물보다 다양한 작물을 작은 땅에 경작함으로써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늘리고, 토지 면적 당 생산성을 올리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의 3만 여 중소기업은 연합체를 구성해 거대 기업과 경쟁하며, 지역사회와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 그렇다고 세계와 단절할 수는 없지 않을까.

 “지역화라고 해서 국제교역이나, 해외여행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지역화를 위해선 국제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거에 금융규제 완화를 논의하기 위해 국가 지도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것처럼 그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다시 협력해야 한다. 또 동일 제품이 국가 간에 반복해서 수출·입되지 않도록 보다 생태적인 방식으로 논의해야 한다.”

 -한국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산다. 1차 산업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자급자족이 핵심인 지역화가 어렵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데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서울을 점점 더 거대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정책을 통해 규모를 줄일 것인지는 선택해야 한다. 도시에 살면서도 가까운 거리에 자연이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규모의 자급자족은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의 한 도시 농부가 작은 경지에서 다양한 곡물을 경작하며 자급자족하는 것을 봤다. 일본이 가능하면 한국도 가능하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스웨덴의 생태학자. 티베트 라다크의 지역공동체가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붕괴되는 과정을 1975년부터 25년 동안 지켜본 『오래된 미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 일본 고이평화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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