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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초연한 삶의 발자취

말기암 선고를 받은 60대 남성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엔딩 노트’. [사진 진진]
떠나 보내기 …두 딸의 기록

‘섭섭하게,/그러나/아조 섭섭치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서정주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죽음의 풍경이 꼭 슬픈 건 아니다. 조금 섭섭한 듯 아버지를 떠나 보낸 두 딸 이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한 시집을 낸 시인과 죽음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영화로 찍은 감독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은지, 내 죽음의 풍경은 어떻기를 바라는지 숙고하게 된다. 좀처럼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다. 웰빙 아닌 웰다잉에 대한 영화. 2011년 일본에서 개봉해 큰 화제를 일으켰다. 죽음을 맞는 부모들이 스스로, 또는 자식들과 함께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사회적 붐이 일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29일 개봉)다.

 주인공은 명문 게이오대를 나와 40여년 간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해온 스나다 도모아키. 후배들의 축복 속에 정년퇴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꿈꾸던 그에게 말기암 선고가 내려진다. 남겨진 시간은 고작해야 5~6개월.

 스나다는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인생 최대이자 최후 프로젝트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죽기 전에 꼭 하고픈 버킷 리스트를 만든다. 평생 거리를 두고 살았던 신을 한 번 믿어보기, 평생 찍어주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손녀들 머슴 노릇 실컷 해주기, 장례식 초청자 명단을 작성하고, 장례식장 사전 답사하기 같은 것이다.

 영화감독인 막내딸이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딸은 평소에도 가족의 일상을 꾸준히 찍어왔다. 아버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씩씩하다. “장례식 중 문제 생기면 나한테 물어보라”고 아들에게 농담한다. 막내딸의 질문에 끝까지 “죽기 전엔 안 가르쳐 줘”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임종을 지키러 아내와 자식, 손자들에 둘러싸인 그는 “이렇게 다들 모이니 여기가 천국”이라고 말한다. 너무도 담담하니, 오히려 더 절절하다.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 데도, 절로 눈물이 흐른다. 만약 중년 이상 관객이라면 때로는 자식 입장에, 때로는 주인공 아버지 입장에 스스로를 견주며 볼 듯하다.

 연출자 마미 스나다는 스타감독 이와이 순지·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조연출 출신.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원래 아빠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아빠가 암에 걸린 후에도 평소처럼 계속 찍고 싶었다. 힘들어하는 아빠의 모습에 촬영이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아빠가 원할 때는 찍고, 원치 않을 때는 찍지 않는다는 원칙 속에 촬영했다”고 했다.

 영화에는 젊은 날의 스나다를 찍은 영상까지 더해졌다. 한 가장의 짧은 일대기, 혹은 죽음을 담담히 마주한 한 인간의 초상으로 완성됐다. 아버지를 주제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던 고레에다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제목인 ‘엔딩 노트’는 스나다가 장례식 절차나 사후 정리에 대해 꼼꼼히 기록해둔 노트다. 일본 개봉 당시 중·장년층 사이에 엔딩 노트 쓰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의 오늘, 아니 바로 우리의 내일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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