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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81) 개교 32년 경찰대

이정봉 기자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검경 마찰 때마다 등장하는 경찰관이 있습니다. 황운하(50·경무관) 경찰수사연수원장입니다. 황 원장은 경찰 내 수사권 독립론의 대표 주자입니다. 그는 경찰대 출신(1기)입니다. 경찰대 출신들은 ‘경찰 중의 엘리트’로 불리지만 안팎의 비판도 들어온 게 사실입니다. 올해로 개교 32년째인 경찰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1979년 경찰대 설치법 국회 통과, 1981년 개교

4년제 경찰대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1960년대부터 경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경찰 조직에도 ‘엘리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70년대 후반이다. 경찰간부후보생 응시 자격에서 학력 제한이 철폐되면서 응시자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였다. 76~79년 응시자의 평균 32%가 고졸 이하였다. 그러자 치안본부(당시 경찰청)가 79년 9월 정기국회에 경찰대학교 개교안을 상정한다는 목표로 그해 초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10·26 사태를 겪으며 국회가 파행운영됐지만 11월 28일 경찰대학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대학 설립은 경찰 수뇌부가 5공 권력의 도움을 받아 졸속으로 관철시킨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엘리트’를 뽑겠다는 경찰의 의도가 성공할 것인지에 의문을 가진 국회의원도 있었다. 그해 11월 열린 국회 내무위원회에서 신민당 김수한 위원은 “요즘 대학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면 경찰의 경감 또는 총경의 보수를 받는다”며 “자유당 말기 정치경찰 등 경찰 위신이 땅에 떨어졌는데 우수한 인재들이 경찰로 오겠느냐”고 우려했다.

1981년 개교 당시 군대를 방불케 했던 경찰대학교 캠퍼스 분위기는 32년이 지나면서 일반 대학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수업을 들을 때 경찰 정복을 입어야 한다. [사진 경찰대]▷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는 원서접수가 시작되자 단번에 사라졌다. 80년 9월 4만 장이 준비됐던 경찰대 입학원서는 사흘 만에 동나 재인쇄에 들어갔다. 경쟁률도 국내 입시사상 전무후무한 220.5대 1을 기록했다. 당시 언론은 경찰대가 인기를 끈 원인에 대해 ▶국고로 대학등록금이 보조돼 돈이 들지 않고 ▶졸업 이후 경위 임관이 보장되는 등의 특혜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경찰대는 81년 3월 인천 부평의 경찰종합학교에서 첫 입학식을 열었다. 경기 용인의 현재 캠퍼스 부지가 아직 완공되지 않았을 때였다. 경찰대는 83년 1월 용인 캠퍼스로 이전했고, 2015년에는 충남 아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 용인 캠퍼스에는 경찰대와 관련한 ‘전설’도 전해진다. 경찰대가 자리 잡은 용인 구성면 언남리에 살아온 토박이들은 “경찰대 뒷산에 땔감 하러 갈 때 ‘버패(경찰대 뒷산인 법화산을 일컫는 속어)대학에 간다’고들 했다”며 “언젠가는 여기에 대학이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한다.

 경찰대는 매년 120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85년 첫 졸업생이 나온 이래 현재까지 323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중 2771명이 경찰에 재직 중이다. 전체 경찰 10만2300여 명 중 2.7%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대는 89년부터 5명의 여학생을 뽑았고, 97년부터는 10%인 12명을 여학생으로 채웠다.

# 졸업 이후 6년간 경찰 의무 복무

경찰대 학생들은 개교 당시 군대를 방불케 하는 생활을 했다. 하지만 차츰 개방돼 현재는 매일 외출이 가능하고 주말과 특정 요일에 한해 외박도 가능하다. 법학과·행정학과 등 2개의 학과가 설치돼 있다. 법·행정·교양 과목 관련 일반학 교수가 16명, 경찰 실무·이론을 가르치는 경찰학 교수가 19명이다. 수업은 교복인 경찰복을 입고 듣는 게 원칙이다.

 학습 강도는 센 편이다. 4년 동안 총 174학점을 들어야 한다. 보통 140학점 남짓인 일반 대학에 비해 30여 학점이 더 많다. 1학년은 영어·국사·철학과 같은 교양과목을 주로 소화하고, 2~4학년은 형사소송법·범죄심리학과 같은 전공과목을 듣는다.

 과목별로 한 학기에 두 번의 시험을 보는데 감독 없이 시험을 치르는 ‘무감독 시험’의 전통은 경찰대의 자랑거리다. 학점과 별도로 토익 750점 이상, 1종 보통 이상의 운전면허, 70점 이상의 사격점수를 따고 학기당 18시간의 의무 봉사활동을 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유도·태권도·검도·합기도 중 하나의 무도에 대해 1단 이상을 따야 한다.

 경찰대에도 다른 대학처럼 총학생장이 있다. 임기는 6개월로 전체 학생의 직접 투표를 통해 뽑는다. 개교 시 교내 흡연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흡연 사실이 적발돼 정학·근신 등 징계를 받는 학생들이 줄을 잇자 89년부터 지정된 장소에서의 흡연을 허용했다. 교내 음주는 수요일 오후 6~8시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교외 음주에 대한 제한은 없다. 이성 교제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재학 중 결혼은 금지하고 있다.

 경찰대 졸업생들은 6년간 의무적으로 경찰에 복무해야 한다. 남학생의 경우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군사기초훈련 4주, 경찰교육원에서 8주간 전술 지휘과정을 마치고 전경대·기동대에서 2년간 병역 의무를 한다. 이후 일선 경찰서에서 2년간 순환보직을 경험한 뒤 적성·희망·능력 등을 고려해 인사배치된다. 여학생은 군 복무 의무가 없으므로 전술 지휘과정을 마친 뒤 순환보직 2년을 하고 인사배치된다.

# 서울대 상위권 수준의 입시 커트라인

경찰대는 매년 6월 말 열흘간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한다. 8월 중 언어·영어·수리 영역에 대해 1차 시험을 실시하고 합격자를 발표한다.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10월 중 체력·적성·신체 검사와 면접시험을 실시한다. 남성일 경우 체력검사에서 100m 15.5초 이후, 1500m 7분20초 이후, 윗몸일으키기 1분 25회 이하이면 불합격이다. 여성은 100m 20초 이후, 1500m 8분10초 이후, 윗몸일으키기 1분 15회 이하이면 불합격이다. 면접시험은 심사위원 면접과 집단토론, 생활태도 등을 평가한다. 수능시험 50%, 1차 시험 20%,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15%, 면접시험 10%, 체력검사 5%가 최종사정에 반영된다. 경찰대 관계자는 “전국 상위 0.5% 내에 드는 인원이 합격선이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준이 커트라인”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경찰대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0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경쟁률이 60대 1을 웃돌고 있다. 올해 경쟁률도 63.7대 1이다. 1·2기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찰대 관계자는 “미국 드라마 CSI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경찰을 긍정적으로 다루면서 경찰대에 대한 인기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 신입생 중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찰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도 상당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치안정감 2명 배출, 올해 국회의원도

경찰대는 32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 인재를 배출했다. 사법고시 125명, 행정고시 18명 등 142명의 고시 합격자가 나왔다. 학계에서도 경찰대 표창원(46·5기) 교수 등 42명이 활동 중이다.

 올해에는 국회의원도 한 명 나왔다. 새누리당 윤재옥(51·1기) 의원(대구 달서구을)이다. 경찰 인사 때마다 경찰대 1호로 승진해 유명세를 탔다. 2010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에서 퇴직했다. 박종준(48·2기) 전 경찰청 차장도 올해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경찰의 고위직엔 경찰대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총경 506명 중 211명, 경무관 39명 중 20명, 치안감 27명 중 10명, 치안정감 5명 중 2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서천호(51ㆍ1기) 경찰대학장과 강경량(49ㆍ1기)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치안정감으로 경찰대 출신 중 가장 높은 계급이다.

# “고위 간부 다수 차지해 위화감 조성”

‘경찰 엘리트’의 산실인 경찰대는 그동안 ‘똑똑한 경찰’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비경찰대 출신의 반감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2005년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이 “경찰 간부급이 경찰대 출신자로 대부분 충당돼 조직의 유연성을 해치고 조직 내 갈등과 사기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며 경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경찰 개혁을 위해 경찰대 폐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대생이 상위 직급을 독점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경찰대 졸업생이 높은 직급인 경위로 자동 임용되는 것과 대졸 순경의 수가 90%가 넘는 등 경찰 전반의 학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폐지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경찰대 측은 경위 이하가 92.8%에 달하는 경찰의 계급 구조 자체가 문제이지 경찰대 독점이 문제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단순히 대학 학위 소지자를 고급 수사 인력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기용 경찰청장은 “경찰대에 공과가 있지만 과보다 공이 많다”며 경찰대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찰대 관계자는 “2007년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서 국민의 79.8%, 경찰관의 53.5%가 경찰대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경찰대의 부작용도 많지만 폐지보다는 개선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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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