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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의 ‘눈물’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단지 상가 내 A공인 이모 사장은 고객들에게 ‘급매물 알림’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이달 들어 거래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하자 매물이 급증해 개포지구에서만 300여 개가 쌓였다. 그는 “이렇게 수백 개 매물이 쏟아진 건 처음이다. 하루 수십 통씩 문자를 보내도 문의 전화가 한 통 없다”며 한숨지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내 상가. 30여 개 중개업소 가운데 3곳은 폐업했고 비어둔 사무실도 몇 개 보였다. 올 연말까지 거래되는 주택에 한시적으로 취득세 감면 등 세금 혜택을 주는 9·10 대책 직후 9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112㎡형(이하 공급면적) 아파트는 8억6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에이스공인 김미현 사장은 “대선 기대감은커녕 이달엔 문의 전화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대선을 앞둔 주택시장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9·10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을 중심으로 반짝 상승했던 집값은 어느 새 제자리로 돌아오더니 이달 들어선 더 빠졌다.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아 사실상 정부대책은 약발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인스랜드부동산(www.joinsland.com)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0.19% 내려 전달(-0.21%)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도 이달 들어 0.12% 떨어져 전달(-0.15%)과 비슷한 낙폭을 보이고 있다. 특히 9·10 대책으로 반짝 상승효과를 본 강남은 이달 0.2% 내려앉아 10월(-0.14%)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대통령 선거는 시장을 더 위축시키는 분위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 또 많은 문제가 생기니 장기적으로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놓는 공약은 하우스푸어 대책, 전세난 해소, 임대주택 활성화 방법 등 집값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서민 복지 대책이 전부다. 금천구 시흥동 진주공인 류지형 사장은 “이번처럼 부동산에 관한 한 어떤 기대감도 갖지 못하게 하는 대선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8일 내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각각 1.5%, 1.3% 내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상담 사례 중 올해 내 집을 사려다 내년까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니 기다려 보겠다며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주택거래량은 다시 감소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27일까지 시내 주택(아파트·단독·다세대주택 등)은 5908건(신고일 기준) 거래돼 전달(6786건)보다 13% 줄었다. 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대선 후보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안이나 분양가상한제 폐지, 보금자리주택 제도개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일한·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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