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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인 폭행은 결국 호주 경제에 대한 주먹질

이원진
정치부문 기자
주한 호주대사관이 27일 오후 최근 호주에서 잇따르고 있는 한국인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 네 차례 멜버른·시드니·브리즈번 등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 그런데 대사관은 자료에서 “이 사건을 인종차별 범죄로 결론 내리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경찰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국내에서 반(反)호주 여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듯하다.

 호주가 어떤 나라인가. 오래전 인종차별이 공공연히 있었던 곳 아닌가. ‘백호주의(白濠主義-백인우선정책)’란 단어는 우리 교과서에도 나온다. 물론 이게 1973년 공식적으론 폐기됐다. 하지만 뿌리깊은 의식과 관행까지 완전히 사라졌을까 하는 게 최근 한국인 집단폭행 사건을 계기로 나온 ‘합리적 의심’이다. 95년 제정된 ‘인종증오금지법(Racial Hatred Act)’도 거의 집행되지 않는 법이라 하지 않나.

 호주 경제는 또 어떤 구조인가. 아시아 덕에 먹고 살았다 할 정도로 아시아 의존도가 높다. 호주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유학과 관광산업을 받쳐주는 게 아시아인이다. 한국인 유학생과 워킹홀리데이 체류자 등이 14만 명, 중국인 유학생도 20만 명에 이른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가 수출한 쇠고기 100만 톤 중 15%가 한국에 왔다. 일본·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그들에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큰손이다.

 그런데도 인종차별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빈발한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인 피해 접수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한국인과 관련된 실종·폭행 등 사건사고는 150건을 넘었다고 한다. 호주는 미국·캐나다에 이어 어학연수나 유학지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그런데 현지 분위기가 그처럼 흉흉해서야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내겠나 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인들만 불안해 하는 게 아니다. 2009년 멜버른의 인도 유학생 연쇄 테러사건 이후 호주 내 인도 유학생 수는 70%나 급감했다. 지난 4월 시드니 도심에서 백인이 중국 유학생 2명에게 테러를 가한 뒤로는 중국 유학생도 감소 추세다.

 근본 원인은 경제에 있다는 게 우리 정부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계가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자국민의 실업률이 높아진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제도 안 좋은데 아시아인들이 우르르 몰려가니 못마땅해 한다는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영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만 짚어두자. 아시아인들에 대한 호주 백인들의 주먹질은 결국 호주 경제에 대한 주먹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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