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와 결선투표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인간들은 반복되는 현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따라서 인간들이 만든 여러 제도는 반복 현상 속에 들어 있는 문제들을 미래세대는 치르지 않게 해주려는 지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 결선투표를 제안해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헌법하에 치러진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일찍부터 결선투표 도입을 주장했던 정치학도로서 나름의 견해를 말씀드리려 한다. 물론 필자의 견해는 문재인의 제안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학문적 분석의 결과일 뿐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우선 결선투표가 꼭 필요한 이유는 대선 결과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987년 이후 실시된 대선에서 ‘유효투표 대비 득표율’이 50%를 넘은 당선자는 한 명도 없다. 모든 당선자가 절반 이하의 득표로 당선돼 국가를 통치했던 것이다. 최고 득표율을 보인 노무현조차 48.47%로 50%를 넘지 못했다. 최저득표인 노태우는 35.91%에 불과했다. 다섯 당선자들의 유효투표 대비 평균 득표율은 42.77%였다. 유효투표의 절반도 안 되는 득표로 전권을 휘둘렀던 것이다.

 그런데 ‘선거인 수 대비 득표율’을 보면 결선투표의 필요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최고 득표율을 보인 김영삼조차 34.79%로 간신히 3분의 1을 넘었다. 최저 득표율인 이명박은 30.52%에 불과했다. 2위를 531만표 차로 압도한 이명박은 선거인의 3분의 1도 안 되는 득표로 당선됐던 것이다. 다섯 당선자의 선거인 수 대비 평균 득표율은 32.92%다. 즉 모두 전체 선거인 수의 3분의 1도 안 되는 득표로 당선된 뒤 절대권력을 행사해 온 것이다. 3분의 2가 넘는 유권자가 지지하지 않은 대통령이 불합리한 제도 덕분에 당선된 뒤 제왕처럼 통치해 온 것이 우리의 선거 과정-민의 수렴-정부 형태-민주주의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대통령들이 취임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모두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거나 식물로 전락하는 요인은 이미 선출 과정에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

 반대 논리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양당제인 한국에서 다당제로 갈 우려 때문에 결선투표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현행 헌법하에 실시된 총선의 평균 유효정당 수는 3.7개로 한국은 이미 다당제 국가다. 또한 87년 이후 대선에서 유효투표의 5% 이상을 득표한 유효후보 숫자는 평균 3.4명에 이른다. 한국은 총선과 대선 모두 다당제 국가인 것이다.

 또 다른 반대 논리는 결선투표제가 민주개혁 진영에 유리하기 때문에 보수세력은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더더욱 성립되기 어렵다. 만약 결선투표제가 도입됐을 경우 최초 수혜자는 김영삼, 최대 수혜자는 이회창 후보가 됐을 것이다. 이회창은 현행 선거제도의 최대 피해자였다. 그는 두 번이나 2위를 기록한 데다 유효투표 대비 최고 46.2%를 득표해 당선자들 중에도 3위에 해당했다. 선거인 수 대비 역시 최고 32.7%로 다른 두 당선자보다도 높았다. 제도는 이토록 결정적인 것이다.

 위의 통계에서 선거인 수 대비 득표율은 투표율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계속 낮아지고 있는 투표율을 높일 방법의 모색 역시 절실하다. 한국은 13대 89.2%에서 17대 63.0%로 대선 투표율이 급감하고 있다. 참여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한국 역시 일부 민주주의 국가들(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호주 등)처럼 강제투표 제도에 대해 고려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문재인의 결선투표 문제의식이 안철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발원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한국 민주주의와 헌정체제의 한 중심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문재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가 활발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결선투표를 도입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럴 경우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보수-진보 진영의 소모적인 단일화 논의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대표성·통합성·통치능력·소수파 참여가 크게 제고돼 한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이번 시평 주제는 한 열성 독자의 강력한 요구로 인한 것이다. 그 독자는 평소에 의원 정수 대폭 증원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온 근거도 자세히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과 세계의 상세 자료에 바탕한 것이지만, 지면관계상 두 문제는 추후 답변 드리려고 한다).

박 명 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