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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 닮아간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일러스트=강일구]


Q 요즘 신문에서 ‘일본화’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요. 일본은 경제대국이면서 선진국이잖아요. 그래서 일본화라는 말이 좋은 의미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나쁜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일본화는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또 한국이 일본화가 되면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일본은 고령화·부동산값 급락으로 20년간 침체
한국은 정부·기업 대응 달라 다른 길 간다는 의견 많아요



A ‘일본화(Japanization)’란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일본을 닮아가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지요.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화는 전 세계 젊은이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가요에 빠져드는 문화적 현상을 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화’는 일본처럼 인구 고령화, 부동산 버블, 기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인해 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본식 불황(Japan-style recession)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간 한국은 일본의 압축성장을 모델 삼아 경제성장을 일궈 왔습니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져야 했던 우리에겐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상처투성이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교과서나 다름없었습니다.



 문제는 인구구조나 부동산 버블, 저성장 같은 부작용까지 일본이 갔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한국이 20년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을 닮아간다”며 한국의 저성장 구조에 대해 경고할 정도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은 선진국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일본처럼 경제가 활기를 잃고 성장엔진이 식는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한국과 일본은 10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경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971년부터 90년까지 일본이 2·3차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것처럼 한국도 81년부터 97년까지 연평균 8%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3차산업이 빠르게 커갔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 기간 과도한 내수부양정책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고, 한국도 81년부터 아파트 투기 열풍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거품이 형성됐지요.



 일본은 91년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버블 붕괴’가 시작되면서 성장률이 1%대로 급락했습니다. 일본은 이 충격으로 2000년대 들어서도 성장률 1% 미만의 저성장 국면에 접어듭니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침체입니다. 한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성장률도 2%대까지 하락하며 일본을 꼭 닮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본화의 또 다른 요인은 인구 고령화입니다. 한 나라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노동 인력이 풍부해야 하는데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은 90년대 들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정점을 찍으면서 경제도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한국도 그간 경제를 이끌었던 1차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고령화가 코앞에 닥쳤습니다. 실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전문가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여건이 비슷하긴 하지만 뜯어보면 다른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선 경제 시스템의 차이입니다. 일본 경제는 내수 의존도가 70~80%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내수 불황이 그대로 경제 전체의 불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경제는 반대로 수출 의존도가 80%에 달합니다. 대외적인 요인에 흔들리는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단순히 내수부문의 문제로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90년대 후반과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급증한 수출 덕분에 빠르게 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인구 구조적인 면에서는 적극적인 외국인력 수용 정책이 일본과 다른 점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0년 말 기준으로 126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전체 인구의 2.6%입니다. 이들 외국인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종사하며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력 덕분에 많은 중소기업은 생산 원가를 줄여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 외국인은 2020년 전체 인구의 5%, 2050년에는 9.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폐쇄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소니·후지쓰 등 일본 주요 기업은 실적이 악화되며 공장 문을 닫고 있지만, 한국은 반도체·전자·자동차·조선 등 주요 품목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책 판단을 했던 일본의 정부와 달리 한국은 정부가 각종 위험요인에 대해 비교적 현명하게 대처해 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미래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순탄하게 흘러갈 것이라 장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과 정부가 하기 나름에 따라 ‘일본화’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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