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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카드 수수료율 싸움에 소비자가 왜 봉 돼야 하나

김혜미
경제부문 기자
신용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이 둘만큼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이 어울리는 관계도 흔치 않다. 매출을 불리고 원가를 낮추는 데 서로에게 효자 노릇을 해왔다. 대형 가맹점은 한 번에 많은 금액을 긁는 고객을 카드사에 몰아주고, 카드사는 1%대의 낮은 수수료율로 보답하는 구조다.



 이런 분위기가 요즘 싹 달라졌다. 오랜 동맹이 깨지고 전투가 시작됐다. 다음 달 22일부터 시작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 탓이다. 카드사는 “원가를 반영해 현재 1.5~1.7%가량인 수수료율을 2%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대형 가맹점은 “절대 안 된다”며 ‘카드 결제 중단’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해 못할 갈등은 아니다. 카드사는 수수료율 개편으로 중소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돈이 줄어든다. 이를 대형 가맹점에서 받는 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 입장에선 수수료율 인상은 곧 비용과 원가 상승을 뜻한다.



 하지만 소비자를 볼모로 삼는 건 이상하다. 카드사는 “대형 가맹점이 적정한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연회비를 올리고 부가서비스도 더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안 그래도 카드 부가서비스는 이미 반 토막이 나 있다. 대형 가맹점도 만만찮다. 통신업체와 대형마트는 “가맹점 수수료가 오르면 결국 통신비와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손해보험사는 아예 “비용 부담이 커서 카드 결제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자기 밥그릇만 쳐다보는 속 좁은 행태다. 그동안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동맹을 떠받쳐주고 있었던 건 중소 자영업자였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대형 가맹점 두 배 수준의 수수료를 내왔다. 이 돈은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데 주로 쓰였다. ‘자동차 3개월 무이자 할부’나 ‘할인마트 포인트 두 배 적립’ 등의 마케팅에 들어가는 돈을 자영업자가 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바로잡자고 나온 게 6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는 내려주고, 대형 가맹점에는 수수료는 올리도록 했다. ‘내는 만큼 돌려받는’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뿐 아니라 소비자도 과도한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는 고통을 분담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두 업계의 소비자 타령은 그칠 줄을 모른다.



 신용카드 공제를 비롯한 정부의 진흥책으로 소비자도 혜택을 본 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세계 굴지의 카드 소비국이 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린 곳은 바로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들이다. 정부가 고통분담을 먼저 요구한 것도 이들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내 살 먼저 깎겠다’고 하지 않고 ‘소비자 핑계’부터 댄다.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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