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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도 대물림하는 시대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전주영(28)씨는 잘나가는 보험설계사다. 보험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7개월, 벌써 보유 고객 500여 명에 한 달 수입은 500만원이 넘는다. 바로 ‘어머니 네트워크’ 덕분이다. 전씨 고객의 90%는 10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우수설계사’로 일하던 어머니의 고객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의 일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 “어머니는 이 일에 자부심이 있으셨어요. 갑자기 설계사를 잃은 어머니 고객들을 제가 책임지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맺었던 계약은 모두 전씨 앞으로 이전됐다. 여기서 나오는 유지수당만 해도 현재 수입의 절반이 넘는다.



2세 설계사 급증

 보험 영업도 가업(家業)이 되는 시대다. 부모 대를 이어받은 ‘2세 보험설계사’가 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을 택하려는 자녀와 애써 쌓아놓은 고객망을 놓고 은퇴하기가 아쉬운 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를 이은 관리’가 나쁠 리 없다.



 보험업계는 부모와 함께 활동하거나 부모의 계약을 이전받은 2세 설계사가 전체 설계사(45만3000여 명)의 0.3~0.4% 수준인 1300~1800명 정도라고 추산한다. 정정훈 삼성생명 영업단장은 “이들은 보험설계사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데다 실적에 따라 대기업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치열한 일자리 경쟁에 지쳐 부모의 길을 따라나서는 자녀도 많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이태영(31·LIG손해보험)씨가 그렇다. 회사 업무가 힘들어 휴가를 냈다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직을 결심했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회사에 얽매이는 시간이 적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어머니의 도움으로 3년 사이 500여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자녀를 보험 영업에 끌어들이는 이들은 대부분 보험으로 성공한 우수 설계사들. 2세들은 부모가 수십 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안정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은수저 부대’로 불린다.



삼성생명 김호연(29)씨는 3년 전 최연소 설계사로 입사해 벌써 관리하는 고객만 700여 명이다. 이 중 200여 명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고객. 그는 “대기업에 취업이 안 돼 고민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이 일이 괜찮다’고 권해 시작했다. 어머니 덕에 지난해 1억원대 연봉을 받았고, 최근엔 여자친구까지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예 ‘가업 승계’를 제도화한 회사도 있다. 2010년 보험업계 최초로 ‘설계사 가업 승계제도’를 도입한 삼성화재다. 부모가 원하면 자녀가 정식으로 계약을 ‘상속’받는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10여 명의 설계사가 자녀에게 계약을 이전했다.



이승리 삼성화재 과장은 “은퇴를 앞둔 설계사는 자녀를 생각해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 일하고, 계약을 물려받은 자녀는 젊은 나이에 부모의 노하우를 갖추게 된다”며 “소비자들도 든든해하니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생계가 빠듯해 보험 영업에 투신하는 이도 많은데 높은 수입을 올리는 ‘2세 설계사’들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손해보험회사 지점 관계자는 “고객 한 명 확보하기 힘든 중년의 설계사도 많은데, 젊은 2세 설계사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여유 있게 영업하는 모습에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도 꽤 된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년 안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철새 설계사’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대를 이은 설계사는 계약의 안정성 측면에서 고객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장기적이고 책임감 있는 관리가 가능하도록 업체가 잘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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