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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창업 기업과 중견기업 사이의 ‘벽’

[중앙일보] 입력 2015.12.22 00:07   수정 2015.12.2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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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우
나노 대표
경상대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

신기술 창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도 신생 기업의 ‘10년 생존율’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창업 기업이 시장의 상황에 잘 맞춰 변화해 순조롭게 항해해도 어떤 기업이건 피할 수 없는 내부 위기를 최소한 두 번은 겪게 된다.

 첫 번째, 매출 기준 100억원과 종업원 기준 50명의 암초다. 이 정도 규모에 이르면 제품이나 서비스 관점에서 창업자가 처음 선택한 틈새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더 싼 값에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업체가 출현해 창업 초기 예상한 수익률은 추락할 수 있다.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여야 생존이 가능한 ‘강박의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만든 제품과 유사한 제품의 홍수에 떠밀려 실종하게 된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창업 동지들이 초기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다. 판에 박힌 기존 중소기업의 조직과 역할을 수행하면서 결국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기 만족을 얻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의 생산환경이나 근무환경·임금·복지 체계를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또 창업자가 독특한 지도력을 발휘해 내부 인력에 대한 응집력을 확보하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면 첫번째 암초를 잘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사람과 시장을 붙잡을 수 있는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 유치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기업가적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매출 500억원과 종업원 100명의 암초다. 이 시점에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직관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매출이 급속히 증가해 원자재 선구입 등으로 자금 지출이 많은 반면 대금 회수엔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자금 확보가 CEO의 중요한 일로 부각된다.

 그러나 은행 여신은 그동안 시설투자로 한계에 달했고, 기존 투자자로부터 새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성장 중에 한번쯤 매출이 꺾였거나 자금이 필요한 이전 회계연도에 매출이 감소했다면 정상적 자금조달 기회는 더욱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시장에서 신뢰를 쌓았다면 협력업체를 설득해 원자재 대금 지급 기일을 늦춰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고객을 설득해 선금을 앞당겨 받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이런 문제까지 극복하면 CEO는 더욱 고집스럽고 외로워진다. 그러나 이를 비판할 수는 없다. 고집으로 표현되는 용기와 인내, 절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이 오늘의 회사를 일궜다. 회사에 대한 비판은 자신의 인격에 대한 모욕으로 느끼는 단계다. 그래서 아무도 CEO의 의사결정에 반대할 수 없다. 경영자는 더욱 외로워지고, 회사는 이 같은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10년 넘게 생존한 창업 중소기업 중에서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지난 30년간 10개 미만이었다. 창업 기업의 생존이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동우 나노 대표 경상대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