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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걷지 못해도 헤드뱅잉 잘해요”




지체장애아동 6명으로 구성된 ‘세잎클로버 밴드’가 광주광역시 행복재활원 소강당에서 공연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보컬 김영웅군. [오종찬 프리랜서]






광주광역시 동구의 ‘행복재활원’ 소강당. 키 1m30㎝가 채 안 되는 작은 체구에서 힘 있는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록밴드 ‘노브레인’의 인기곡 ‘넌 내게 반했어’다. 뇌병변 장애가 있어 잘 걷지 못하는 보컬 김영웅(13)군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 채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기타·베이스·드럼·피아노·신시사이저 연주자들도 보컬을 따라 했다. 연주 실력은 아마추어지만 표정과 분위기는 프로급이다. 장애아동 6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의 이름은 ‘세잎클로버’다. 리더 최준수(16·지체장애 1급)군은 “네잎클로버 꽃말이 ‘행운’이라면, 세 잎은 행복이란 의미로 우리는 생각한다”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2009년 여름이다. 강당에 놓인 드럼을 치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한석근(46) 사회복지사가 우연히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 복지사는 “드럼 스틱을 가지고 노는데 표정들이 흥미로웠다”며 “그렇다면 진짜 밴드를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1950년 개관한 장애아동시설인 행복재활원(굿네이버스 협력시설)에 첫 번째 밴드가 결성된 것이다. 한 복지사는 160명의 원생을 상대로 개별 오디션을 봤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흥미를 보이는 친구 6명을 뽑았다.

 6명 중에 악기를 다뤄본 친구는 피아노를 맡은 김희애(17·뇌병변장애)양이 유일했다. 악보도 볼 줄 몰랐던 다른 친구들은 음계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는 임다현(15)군과 최준수(16)군은 각각 베이스와 기타를 선택했다. 왜소증인 조면기(16)군은 드럼을 맡았는데 발이 아래 페달에 닿지 않아 손으로 대신한다. 한 복지사는 “전자드럼이 있으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될 텐데 지원금이 없어 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아이들은 처음으로 공연을 올렸다. 누구도 아이들이 해낼 거라고 믿지 않았다. 밴드는 캐럴인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포함해 3곡을 완성했다. 떨려서 악보만 보고 연주하던 아이들이 객석을 보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재활원 동기들, 자원봉사자, 복지사 등 객석에 앉은 사람은 모두 기립박수로 밴드를 응원했다.

 한 복지사는 “재활원생은 대부분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다”며 “자존감이 약한 친구들인데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아이들의 꿈은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청소년예술제’에 나가는 것이다.

광주=김효은 기자
사진=오종찬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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