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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유교가 ‘아시아의 세기’ 감당할까

1월에 개봉한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는 중국에서도 영화 ‘아바타’에 밀렸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1979년 취푸(曲阜)에 있는 공자묘 재건을 필두로 중국에서 유교의 부활은 대세다. 각급 학교에서 유교 경전이 읽히고 있다. 지식인·학자들이 대거 유교로 개종(?)하고 있다. 일부는 유교를 정치 개혁의 수단이나 공산주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이념으로 기대한다. 공자의 이름을 딴 중국어 교육기관 ‘공자 학원’이 전 세계 88개국에 282개나 설립됐다. 몇몇 지식인은 “유교를 국교로 삼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캉유웨이(康有爲, 1858~1927)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개혁운동가 캉유웨이는 유교를 국교로 삼고 유교를 전 세계에 퍼트리기 위해 유교아카데미를 해외에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국교가 되지는 않더라도 중국 정부와 유교의 관계가 어떤 형식으로든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와 유교 간에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지금까지는 유교가 국내 정치나 국제관계에서 주요 변수가 아니었다. 1894년 한국, 1905년 중국에서 과거제가 철폐돼 국가와 유교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자 유교는 무력화됐다. 역동적인 ‘유교 근본주의’도, 국제적으로 활발한 유교운동도, 서구의 기독교민주당에 비견되는 유교당(儒敎黨)도 구(舊) 유교권에는 눈에 띄는 게 없다. 기독교나 이슬람과 달리 유교는 국가가 핵심적인 존립 기반이었던 것이다.

이제 중국 정부는 유교를 한계에 다다른 공산주의를 보완할 국민 화합의 도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퇴색한 공산주의가 남긴 공간에 기독교나 국수주의, 파룬궁 세력이 잠식해 들어오려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유교는 중국 정부에 국내용뿐만 아니라 대외용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의 세기였던 19세기, 미국의 세기였던 20세기에 이어,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의 세기’는 결국 중국이 주도하는 세기다. 그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 중 하나는 ‘아시아의 세기’를 움직일 사상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가 아시아를 묶을 사상적 기반이자 세계 다른 지역에 제시할 비전이 될 수 있는지 더욱 주목된다.

현재 중국 정부는 유교의 요소 중 사회적 통합, 위계질서에 대한 존중 등에 관심이 있다. 그 정도로는 세계적 이념이 되기에 역부족이다. 유교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유교를 가장 정밀하게 해부한 학자 중 한 명인 막스 베버(1864∼1920)의 주장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베버는 서구적 합리성이 자본주의의 발달과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유교도 합리적인데 왜 동아시아에서는 근대화가 진전되지 않았을까. 베버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유교적 합리주의는 세계에 합리적으로 순응하는 것을 의미했다. 청교도적 합리주의는 세계를 합리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의미했다.” 베버는 유교가 정적(靜的)인 세계관 때문에 긴장감이 결여된 체제라고 봤다.

베버의 지적은 오늘의 중국 유교를 바라볼 때도 유용하다. 중국 정부가 유교에 관심 있는 것은 유교가 세계, 즉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형을 교육하고 사회적 긴장관계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교의 세계화를 위해선 공자에게서 새로운 합리성과 긴장관계를 끄집어내야 한다. 영화 ‘공자’를 찍은 후메이 감독은 “사람마다 공자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를 찍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처럼 공자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다. 그만큼 새로 끄집어 낼 수 있는 것도 많다.

지금까지 발전이나 근대화는 뭐니뭐니해도 서구화를 의미했다. 우리나라는 한때 중국보다도 더 유교적인 나라였다. ‘아시아의 세기’가 온다면 한국도 당연히 한 축을 형성할 것이다. 새로운 유교가 ‘아시아의 세기’의 이념적 바탕이 될 수 있을까. 중국 ‘공자 열풍’의 추이를 지켜보며 따져볼 일이다.

김환영 중앙SUNDAY 지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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