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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에 키 70m짜리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서울스퀘어의 ‘빌딩 캔버스’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 캔버스로 기네스북에 등재 신청을 했다. 서울 신문로의 금호아시아나 빌딩,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백화점의 벽면 캔버스보다 크다. 일본 도쿄의 샤넬 타워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가나아트갤러리 제공]

오후 6시, 겨울 해가 떨어진 도심에 키 70여m의 사람들이 걸어간다. 한 신사는 우산을 쓰고 99m를 가로지르며 비행한다.

지난달 18일부터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의 외부 벽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걷는 사람들을 원과 선·면으로 단순화한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 르네 마그리트의 ‘우산을 쓴 사람’을 서울의 남산 배경에서 둥둥 떠다니게 만든 한국 작가 양만기가 ‘빌딩 캔버스’에 작품을 띄웠다. 오후 6~11시 정각에 각각 10분씩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건물 4~23층을 덮은 세로 78m, 가로 99m의 초대형 캔버스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작품을 기획하고 설치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는 최근 하루 10통 이상의 문의전화가 온다. 이정권 홍보팀 과장은 “캔버스의 작동 원리와 작품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사람이 많다. 캔버스가 잘 보이는 서울역 내 레스토랑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감추고=미디어 캔버스에는 3만9336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쓰였다. 시공을 맡은 (주)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양기덕 팀장은 “일몰 전에 전구들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고 설명했다.

9월부터 시행된 서울시의 ‘야간경관 가이드라인’은 ‘조명기구가 노출돼 건축물의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정해놨다. 건물의 벽 색깔과 똑같은 테라코타에 구멍을 뚫어 LED를 설치한 이유다. 7·15·19층의 세 개 층에 설치된 조명 콘트롤 장치는 모두 천장 안에 숨겨 원래 건물에 변화가 없도록 했다.

4만여 개의 LED는 가로 30㎝, 세로 50㎝의 간격으로 외벽에 설치됐다. 원래 있는 창문은 건너 띄고 설치했기 때문에 일부 전구는 97㎝까지 떨어져있다. 여기에 정지된 화면을 틀 경우에는 ‘구멍’이 나 보인다.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 연속적인 그림이 유리하다. 사람 눈의 잔상 효과를 이용해 ‘구멍’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영할 수 없다. 서울시는 빠른 변화와 과도한 색상의 변화를 금지하고 있다. 운전자·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규정이다. 때문에 가나아트갤러리는 후보작들을 서울시 경관 심의에 올린 후에야 틀 수 있다. 이달 중순부터는 국내 작가 다섯 팀(문경원·이배경·류호열·김신일·뮌)의 작품이 새롭게 빌딩을 수놓을 예정이다.

◆낮추고=‘감추고 숨기는’ 것은 빌딩 캔버스의 설치 뿐 아니라 운용의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LED의 밝기는 8~9칸델라(1칸델라=1㎡의 넓이에 한 개의 양초를 켜놓은 밝기)다. 가로등 밝기(140칸델라), 거리 전광판(1400칸델라)에 비해 어두운 편이다. 눈부심이 없고 주변 빌딩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밝기를 유지하고 있다.

가나아트갤러리의 문화환경연구소는 서울스퀘어 인근 만리동·청파동 아파트 주민을 찾아 다니며 캔버스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조사했다.대부분 ‘집 안에 TV를 켜 놓은 정도’라고 대답했다. 서울스퀘어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작품 상영을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다. 이 연구소의 배원욱 차장은 “시민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캔버스 기획의 첫째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기획·시공자들이 지목한 ‘감상 명당’은 서울역 앞 광장이다. 지난해 11월 설계 초기부터 이 지점에서의 시야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서울스퀘어는 이처럼 ‘착한 조명’과 ‘높은 예술성’을 조화시키며 작품을 상영할 계획이다. 전기 사용료는 한달 10여 만원 수준. 거대한 덩치에 비하면 뜻밖의 액수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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