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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시시각각] 오바마는 로빈 후드가 되려는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하필이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나라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 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국을 대신할 나라가 지구상에 아직 없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엉클 샘은 군사력 면에서, 경제력 면에서, 인권 신장 면에서, 그리고 이상 추구의 면에서 여전히 세계 1위”라며 미국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세계인은 그런 미국을 이끄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대에 의문이 커진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반 만에 국민적 지지와 초당적 협력은 온데간데없이 벌써 험악한 정치 공방과 날 선 이념 대립으로 나라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경제팀이 내놓은 각종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를 풀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취임 두 달도 안 된 새내기 정부에 지나치게 야박한 대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당면한 위기의 중대성과 해결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짧은 허니문 기간을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일까.

우선 오바마 정부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이 있는지 걱정이다. 인사의 실패는 경험 미숙으로 친다 해도 경제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것은 놀랍다. 부실 금융회사들에 대한 수차례의 구제 조치는 그토록 부정하던 부시 행정부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오히려 더 불투명하고 무원칙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야심 차게 내놓은 경기 부양책은 생산적 투자와 근로 의욕을 부추기기보다는 소득 보전과 복지 지출에 집중됐다. 규모만 컸을 뿐 세부적인 용처가 불분명했다. 당연히 야당인 공화당의 반발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부양책을 가지고 공화당을 설득하느라 동분서주했지만 상원에서 단 세 표를 건졌을 뿐 하원에선 단 한 표도 얻질 못했다. 초당적 협력이 초장부터 금 가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 구조조정의 실패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내놓은 금융회사 구제안은 너무 허술해 발표가 나올 때마다 주가 폭락의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오바마노믹스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예산안이 나왔다. 일부 극단적인 보수파들은 ‘사회주의’라고 부르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놀랄 정도로 급진적인 내용이다. 요컨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탄소 배출 기업에 세금을 새로 물려 저소득층의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위 2%의 부자들에 대한 세금혜택을 줄일 뿐 연소득 25만 달러 이하의 가구에는 단 한 푼의 세금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닌가. 바로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내세운 양극화 논리를 빼다 박았다.

당장 우파는 물론 중도적인 인사들로부터 계급 갈등을 부추기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험 없는 급진적 좌파 보좌진에 둘러싸여 무리하게 사회를 바꾸려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해온 뉴욕 타임스 같은 진보 성향의 언론마저 오바마의 무리수에 슬슬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말만 앞서고 실천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좌파정책을 남발하는 바람에 반대 세력만 키운다는 걱정도 있다.

이제 오바마는 기로에 섰다. 엄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장밋빛 약속과 현란한 수사만으론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부자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다는 로빈 후드식 정책으론 결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부실의 상처를 덮거나 외면한다고 새살이 돋지 않는다는 것을. 이 말이 못 미더우면 노무현 정부의 행적을 참고해 보길 권한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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