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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의 뼈대를 건드려선 안 된다

미국 통상정책을 책임질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커크 내정자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해 왔듯이 한·미 FTA 협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며 협정문 손질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청문회에서 막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한국은 반드시 연령에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과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 철폐를 연계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우리는 이미 타결된 한·미 FTA가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춘 성공적 협정이라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FTA를 고친다면 통상 협정의 안정성을 손상시키고 국제 관례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자동차 분야 등에 대해 추가 협상을 제안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존 합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재협상은 무리다. 한·미 FTA의 뼈대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다시 협상을 하더라도 일부 조항을 조정하거나 필요한 부분에 예외 조항을 붙이는 추가 협상 선에서 그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자동차 분야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잘 안다. 하지만 양국 자동차 판매의 불균형은 기본적으로 양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지, FTA를 통해 교정할 사안은 아니다. 수입 쇠고기 연령 제한도 기본적으로 한·미 FTA와는 별개 문제다. 양국의 위생·검역 협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한·미 FTA 비준과 연계시키는 것은 편법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미 FTA가 흔들리지 않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 추가 협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럴 경우 우리도 지적재산권이나 보건의료 분야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정부는 자유무역과 무역확대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해 왔다. 그런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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