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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한국서 배운 ‘성공 노하우’ 들고 세계로 간다

일본푸르덴셜생명의 후나바시 하지메 고객관리팀장은 9월부터 한국에 파견 근무를 나와 있다. 하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파견 교육’을 받으러 왔다고 굳이 말하고 다닌다. “한국푸르덴셜생명이 개발한 보험상품 설계 전산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후나바시 팀장은 “새 프로그램엔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IT)과 세심한 고객 관리 노하우가 담겨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해외 글로벌 기업이 한국지사의 서비스·마케팅 성공 노하우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인 데다 ▶소비자 기호가 까다롭고 ▶인력의 창의력과 성실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방한한 글로벌 정보 인프라 업체 EMC의 빌 튜버 부회장은 “한국이 아태 시장 개척의 교두보란 사실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진 한국푸르덴셜생명 사장은 “한국의 서비스와 노하우가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건 한국 산업과 시장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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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의 ‘테스트 베드’=한국산 서비스 기법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곳은 역시 아시아 각국이다. 덴마크의 다국적 펌프 제조업체인 그런포스펌프는 한국지사가 개발한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최근 중국에 도입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지사의 신현욱 이사는 “세계 5대 폴리에스테르 제조사인 시노펙에 이를 도입해 32%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봤다”고 했다. 한국지사가 2003년 개발한 이 서비스는 세계 29개국에 수출됐다. 인도·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회사마다 에너지 효율을 20~60% 끌어올렸다는 보고가 있었다.

세계 최대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최근 중국에 SLI란 첨단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한국지사의 마케팅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했다. 중국에 막 퍼지기 시작한 PC방 체인에 ‘SLI 존’이란 이벤트 공간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특정 게임에 접속하면 새 시스템을 무료로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엔비디아코리아의 박상완 부장은 “한국은 IT 분야에서 아시아를 선도해 마케팅 기법도 그대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가전업체인 밀레코리아도 한국의 앞선 IT 인프라를 활용한 새 시도로 독일 본사를 놀라게 했다. 세계 지사 중 처음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유통을 시작해 매출을 확 늘렸다. 또 이불 빨래가 많은 한국 주부들의 요구에 부응해 대용량 세탁기를 제작해 히트를 쳤다. 이 제품은 대만·중국에서 출시돼 아시아 시장 개척의 물꼬를 텄다.

◆“깐깐한 한국 소비자 만족했다면”=필립스코리아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끝에 본사에 제품 노하우를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블렌더에 들어가는 거름망이 대표적이다. “두유·콩국수 제조에 필요하다”는 한국 주부의 목소리를 반영해 처음 내놓은 거름망은 유럽 시장에서도 각광받았다. 토스터기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만들자는 발상도 한국 소비자에게서 나온 것. 필립스코리아 측은 “한국은 제품에 관한 소비자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라고 밝혔다.

구글의 미국 본사는 최근 격론 끝에 “세계 모든 구글 초기화면은 디자인이 같아야 한다”는 창업 이래 원칙을 깼다. 구글코리아가 한국 네티즌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려고 내놓은 새 초기화면 디자인을 승인한 것. 이로 인해 구글코리아 방문자 수가 이전보다 40% 이상 늘자 각국 지사에서 “우리 것도 바꾸겠다”는 요청이 이어졌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이사는 “우리와 문화가 유사한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특히 뜨겁다. 5개국이 우리 방식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창의력 풍부한 한국 직원들=한국지사의 높은 성과 뒤엔 창의력 넘치는 직원들의 땀이 있다. 다국적 제약사 GSK 한국법인의 이주철 상무는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은 성실하고 역동적인 인재가 많은 나라로 통한다”고 평했다. 한국 근로자들은 강성 노조로 외국기업의 경원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몸을 아끼지 않는 근무태도만큼은 인정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2005년 시작한 ‘해피7’ 캠페인의 성공이 좋은 예다. 이 캠페인은 당뇨 환자들에게 혈당 수치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이 상무는 “3년 동안 줄기차게 캠페인을 진행해 큰 성과를 거두자 본사에서 노하우를 배워 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 전파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2004년 시작한 B형 간염 관리 캠페인도 대만·중국·싱가포르·홍콩 등지로 퍼져나갔다.

글로벌 정보 인프라 기업인 EMC는 한국지사가 시작한 ‘직지심체요절 찾기 운동’을 ‘글로벌 정보 문화유산 보존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튜버 부회장은 “직지 찾기 운동은 IT 기업이 문화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전형적 사례”라고 평했다. “이를 9년째 뚝심 있게 밀어붙인 한국지사 직원들의 끈기와 열정에 놀랐다”는 치하도 잊지 않았다. EMC 본사는 한국지사의 활동을 벤치마킹해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100만 달러 규모의 장비와 제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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