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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뒤덮은 무지개 부채…그 옆선 "그건 안돼" 부채

14일 오후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잔디밭에는 축제 참여자들이, 그 옆 세종대로에는 퀴어축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잔디밭에는 축제 참여자들이, 그 옆 세종대로에는 퀴어축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무지개 부채’와 ‘예스·노(YES·NO) 부채’의 갈등.
 
주말인 1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퀴어 문화 축제’가, 바로 옆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동성애축제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날 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는 무더위 속에서 축제·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부채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축제 참가자들은 무지개 부채를,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예스·노 부채를 들었다. 
14일 무지개 부채를 든 퀴어축제 참가자들. [뉴스1]

14일 무지개 부채를 든 퀴어축제 참가자들. [뉴스1]

무지개 부채는 성소수자들의 상징인 무지개가 그려진 걸 말한다. 반면 예스·노 부채에는 한쪽 면에 남·녀 표시와 함께 ‘YES’가, 다른 면에는 동성 표시와 함께 ‘NO’가 써져 있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두 부채가 행사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에 성소수자의 인권 축제인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시작했다. 행사가 펼쳐지는 둥근 잔디밭의 경계를 따라 1.7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울타리 안 쪽으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EU) 대표부, 지역 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의 부스도 설치돼 있었다.
 
오후 3시쯤 본 공연이 시작되자 행사장은 콘서트장 같았다. 잔디밭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은 무대 음악에 맞춰 제자리에서 뛰고, 무지개 부채를 흔들었다. 오후 4시30분이 넘어서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입구, 종각, 명동 등을 도는 퍼레이드가 있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심모(26)씨는 “우리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축제여서 찾아왔다. 주변에 있는 줄 몰랐던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내 삶의 희망적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부산 퀴어 축제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대학원생 A(27)씨는 “성소수자인 내 존재 자체가 이 사회에서 부정 당해왔다”며 “성에 대한 차이를 인정 받고,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축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가 아닌데도 축제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교 역사교사 윤석민(30)씨는 “평소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성소수자가 사회의 억압을 해소하는 공간에 와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권 잡지를 만든다는 강모(45)씨도 초등학교 5·2학년 두 딸과 함께 왔다. 강씨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모(21)씨는 “양성애자인 여자친구를 응원하러 왔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세종대로에서 '동성애축제반대 집회'가 열렸다. 한 집회 참가자가 노(NO)라고 적힌 부채를 들고 있다. [뉴시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세종대로에서 '동성애축제반대 집회'가 열렸다. 한 집회 참가자가 노(NO)라고 적힌 부채를 들고 있다. [뉴시스]

서울광장 바로 옆 세종대로에서는 ‘동성애축제 반대 집회’가 열렸다. 10차선 도로 중 차량 통제를 한 5차선 도로가 집회 장소였다. 이곳에도 대형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동성애 축제 규탄 연설과 각종 음악이 쉼 없이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나온 직장인 정모(36)씨는 “내 자녀를 위해서라도 동성 연애가 합법화 되는 걸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인구의 감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인 직장인 김모(31)씨도 “동성애는 가족의 근간이 무너트리는 일”이라며 “동성애로 인해 에이즈(AIDS) 발병이 증가될 수 있다. 사회적 건강을 해친다”고 호소했다. 주부 이모씨(50)는 “올바른 성 개념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왔다. 동성애로 에이즈가 더 늘어나고 있고, 이로인해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대학생 홍모(21)씨는 “지난해 우연히 퀴어축제를 갔는데 성기 모양 쿠키를 팔거나 퍼포먼스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이런 선정적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제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두 진영 사이에 큰 마찰은 없었다. 간간이 퀴어축제에 진입하려는 반대 집회 참가자를 축제 관계자가 막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경찰이 개입해 충돌이 확산되지는 않았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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