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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의 심스틸러] 복고 수사극 이끄는 브로맨스의 장인

영국 BBC 원작을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에서 호흡을 맞추는 정경호와 박성웅. [사진 OCN]

영국 BBC 원작을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에서 호흡을 맞추는 정경호와 박성웅. [사진 OCN]

OCN 주말극 ‘라이프 온 마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1%로 시작한 시청률은 8회 기준 4.7%로 두배 넘게 올랐고, 화제성 조사에서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채널 인지도와 타임슬립 장르물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층을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와 태풍으로 야외 촬영이 지연되면서 지난주 결방했지만, 14일 본격적으로 2막의 막이 오르면서 지난해 ‘터널’이 기록한 채널 최고 시청률 6.5%도 경신할 기세다.
 
‘라이프 온 마스’의 인기 요인은 여러 가지다. 2006~2007년 영국 BBC에서 2시즌에 걸쳐 방영된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는 한국에 앞서 미국ㆍ러시아ㆍ스페인ㆍ체코에서 리메이크됐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경찰이 과거의 특정 시공간에 떨어지는 타임슬립과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현실로 돌아가고자 하는 심리극의 만남은 만국 공통으로 흥미로운 소재란 뜻이다. 미국 CBS 원작 ‘굿와이프’를 연출한 이정효 PD와 네이버 웹툰 원작의 ‘싸우자 귀신아’를 각색한 이대일 작가의 만남은 리메이크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80년대를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한국적 분위기가 물씨 풍긴다. [사진 OCN]

80년대를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한국적 분위기가 물씨 풍긴다. [사진 OCN]

캐스팅 역시 찰떡같다. 2018년 살인사건 용의자를 쫓던 도중 총기사고와 교통사고를 당해 1988년 살던 인성시로 돌아가는 한태주 형사를 맡은 정경호는 예민한 듯 스마트하다. 88년 인성 서부경찰서 강력계장을 맡은 박성웅은 거친 듯 따뜻하다. 80년대 의상과 말투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여순경 고아성, 행동대장 오대환과 순수파 노종현 콤비까지 더해져 어디 하나 빈 구멍 없이 쫀쫀하게 뭉쳐진다. “복고수사팀의 연기 합이 완벽하다”는 박성웅의 말이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신용카드 소매치기,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질극 등 시대상과 결부된 범죄들은 ‘응답하라’와는 또다른 복고적 재미를 선사한다.  
 
사실 정경호(35)와 박성웅(45)은 브로맨스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들이다. 정경호는 2003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 이후 여자 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과 더 자주 호흡을 맞춰왔다.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에서는 소지섭과 애증이 뒤섞인 형제애를 선보였고, ‘개와 늑대의 시간’(2007)이나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서도 이준기나 박해수 등 남자배우들과 붙는 신이 훨씬 더 많다. 박성웅 역시 정두홍 감독이 이끄는 액션스쿨 1기로 시작해 ‘넘버3’(1997)부터 ‘맨투맨’(2017)까지 조폭ㆍ건달ㆍ경찰 등 몸 쓰는 연기를 주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브로맨스가 싹트기 좋은 환경이었다.  
 
2018년에서 1988년으로 돌아간 정경호는 종종 환각과 이명에 시달린다. [사진 OCN]

2018년에서 1988년으로 돌아간 정경호는 종종 환각과 이명에 시달린다. [사진 OCN]

덕분에 두 사람은 캐릭터 간 텐션을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하트 섞인 눈빛을 쏘거나 격렬한 키스신을 선보이지 않아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그를 바탕으로 형성된 애정을 표현할 줄 안단 얘기다. “박성웅 선배님을 늦게 만나서 아쉽다. 일찍 만났으면 내가 더 행복했을 것 같다”는 정경호의 애정 공세와 “요즘 내 최애 배우는 정경호. 외모, 연기력, 애드리브와 이에 대처하는 순발력은 물론 살뜰함까지 빠지는 게 없는 배우”라는 박성웅의 화답은 이렇게 호흡을 맞춰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상찬이 아닐까.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교도관과 야구선수 역할로 호흡을 맞춘 정경호와 박해수. [사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교도관과 야구선수 역할로 호흡을 맞춘 정경호와 박해수. [사진 tvN]

그럼에도 이번 케미에 더 많은 공헌을 한 쪽을 택해야 한다면 정경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박성웅이 ‘태왕사신기’(2007)의 주무치 역할로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이했다면, 정경호에게는 ‘라이프 온 마스’가 그런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난해 ‘미씽나인’에서 보여준 유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배가되어 발현된다. 2018년과 1988년으로 이어지는 사건 조각들을 꿰맞추고 뒤엉킨 어릴 적 기억과 꿈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을 붙들고자 하는 노력은 실로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경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매 작품 ‘재발견’이란 얘기를 듣는다”고 털어놨다. “들을 때마다 기분 좋고, 감사한 수식어”라 했지만, 과연 언제쯤 재발견이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바뀔지 고민스럽지 않았을까. 그는 스타 PD인 아버지 정을영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 애쓰면서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누누이 밝혀왔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부모님 전상서’(2004~2005) ‘무자식 상팔자’(2012~2013) 등 김수현 작가와 함께한 작품 목록은 그대로 시대를 관통하는 효과를 지니므로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만하니 말이다. 이제 그때가 온 듯하다. 배우로서 재발견의 종지부를 찍고, 연출자 아버지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아무나 선보일 수 없는 부자 케미를 기대한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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