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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낙태, 교회 그리고 워마드

송우영 사회팀 기자

송우영 사회팀 기자

“여성 혐오가 만연한 세상이니 남성을 혐오하겠다”는 ‘워마드’ 이용자들이 지난 10일 천주교의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을 공개했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11일 이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이들은 성체에 피를 묻힌 사진과 함께 ‘예수가 좋아 죽는다’ ‘매주 일요일 성당 하나를 불태우겠다’ 등의 글을 올렸다. 여론의 관심이 커질수록 이들은 더 과격해지는 모습이다.
 
파문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전체에 대한 남성들의 혐오도 나타날 태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일 ‘근거 없이 망상만 가득하던 페미니즘의 자멸을 보고 있다’ ‘세상에는 n개의 페미니즘이 존재한다더니 문제가 되니까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하나’ 등 페미니즘 전반을 비판하는 글들이 셀 수 없이 올라왔다. ‘극단적 페미니즘’이라고 표현하든 ‘남성 혐오’나 ‘여성 우월주의’라는 수식어를 붙이든 ‘워마드’가 짧은 시간에 해낸 일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안타까운 것은 이 과정이 사람들의 시선을 본질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세 번의 서울 혜화역 집회에서 질서 유지에 동원된 경찰관들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수많은 여성이 거리로 뛰어나오면서 여성 권익이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여성 참가자들이 느끼는 성적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매일 취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성 기자들이, 진급을 앞둔 회사원인 누나가, 혹은 몇 년 후 내 삶의 거의 전부가 돼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내 딸이 느끼거나 느끼게 될지 모르는 차별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했다.
 
‘남자인 경찰이 편파적인 수사를 한다’는 집회 계기도, 대통령에게 ‘재기(자살)해!’라고 외친 뒤 “재기(再起)하라는 의미였다”고 궁색한 해명을 한 일부 참가자들도 우리가 시선을 둬야 할 곳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과격한 일부의 일탈이 본질을 가리길 바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성체 훼손 같은 과격한 혐오 표현이 계속된다면 혜화역을 메운 대다수 여성의 진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미러링’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신문을 뒤덮고 있지만 본질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똑같은 방식으로 모욕하고 희열을 느끼자”는 유혹을 넘어 사회 전반의 반성과 성찰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성숙한 과정을 겪어야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 혐오는 그저 혐오만 낳을 뿐이다.
 
송우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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