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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3인방' 선고 전 언론 기사 언급한 法…檢 "대단히 부적절"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 [중앙포토]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 [중앙포토]

 
1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에 가득 찬 방청객들은 재판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재만(52)·안봉근(52)·정호성(49) 전 청와대 비서관들의 선고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세 전 비서관들은 피고인석에 말없이 앉아 있었고, 30석 남짓한 방청석 의자가 모자라 몇몇은 서 있었다.
 
2분여 뒤 법정에 들어온 이영훈 부장판사를 비롯한 형사합의 33부 재판부가 들어왔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곧바로 선고를 읽지 않고 "이번 재판 공정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선고가 열리는 법정에서 판사가 선고 외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장판사는 “기사를 쓴 기자도 위기에 빠진 법원의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음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확인도 없었고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기정사실화하고 이번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건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신문은 지난 9일 '이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전산관리국장을 지내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그런 판사가 정 전 비서관의 재판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는 이 부장판사가 당시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대한 뒷조사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기사에 대한 유감을 표한 이 부장판사는 이어 세 전 비서관에 대한 선고를 읽었다. 
 
이재만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이지만 2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세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받아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해 국고를 손실시키는 걸 방조한 죄다. 다만 이 특활비를 '뇌물'로 보지는 않았다.
 
지난 5월 구속만기로 석방돼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오고 잇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연합뉴스]

지난 5월 구속만기로 석방돼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오고 잇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연합뉴스]

 
선고는 20여분 만에 끝났다. 이 부장판사가 "판결 선고를 마치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검사석에서 서울중앙지검 배성훈 부부장검사가 "재판장님, 아까 처음에 말씀하신 부분은…"이라며 말을 걸었다. 이 부장판사는 배 부부장검사의 말을 자르며 "따로 듣지 않겠다. 그 부분을 따로 논란 만드는 건 적절치 않다. 다른 방법으로 말씀을 하시라"고 말한 뒤 법정을 나갔다.

 
선고를 마친 뒤 1시간여 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장판사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문자로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장판사의 발언에 대해 "재판 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이라면서 "해당 언론과 사적으로 말할 내용이지, 그와 전혀 무관한 사건 재판의 선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또 "언론보도에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지 등 전혀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추측을 전혀 무관한 사건 선고에 앞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활비 사건(특수3부), 사법농단 사건(특수1부) 등을 수사 중이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홀로 집행유예를 받은 정호성 전 비서관은 법원을 빠져나가기 전 몰려든 기자들에게 "여러가지로 마음이 아프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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