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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김정은 회담 그 후 1개월, 본질은 변한 게 없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1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회담의 흥분과 겉치레가 걷히고 본질을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북한은 1988년 12월 ‘관계 개선과 핵 개발 의혹 해소’를 의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본질이다.
 
지난 30년 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협상이 진행됐고 여러 차례 합의도 있었지만 두 가지 과제는 지금도 미완으로 남아 있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이러한 외교적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엔 두 정상이 전면에 나선 만큼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냉전의 종지부를 찍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시 회담에서 발표된 것을 보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사전에 표명했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대화는 후속 회담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7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논의를 진행했다. 비핵화 협의에서 별 성과가 없었고 견해차가 컸던 것 같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한반도 정세의 본질은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정상회담 성사가 국제냉전 종식 이후 제일의 외교적 과제였다. 북한은 이러한 중대사를 목전에 두고도 미국의 요구를 공동성명에 명시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의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 30년의 역사를 봐도 그 과정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외교사의 관점에서 사태의 본질을 보고 대처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론 7/12

시론 7/12

첫째,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하면 북핵 문제는 해결된다. 이러한 결단을 끌어내고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은 핵을 개발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어려워졌다.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는 북한 경제와 외교 안보에 총체적 난관을 조성했다. 북한은 올 들어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대화에 나왔다. 북한은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당의 새로운 전략 노선임을 천명했다. 북한의 경제건설은 핵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정권과 인민을 위해 핵 포기 결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서면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진정성을 확인하고 있다.
 
둘째, 북한이 비핵화하기로 전략적 결단을 했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것은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를 이른 시일 내에 취하는 것이다. 비핵화 조치의 핵심은 핵무기와 핵물질, 핵물질 생산시설을 폐기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북한이 진실로 핵을 버리기로 결단했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직은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이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신속하게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동시 조치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를 단기간에 해야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까지 짧게 끝내지 못해 정세가 원점으로 돌아갔던 경험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불신의 근원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핵 폐기의 단계가 많아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면 불신이 증폭돼 협상은 파탄 난다. 필자의 남북 협상 경험에 비춰보면 북한 관료들은 협상에서 시간을 길게 늘려잡는 경향이 있고 매우 치열하며 악착스러웠다. 이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경주하기로 전략을 바꿨다면 협상 행태도 변해야 한다. 또다시 과거처럼 시간 끌기식으로 협상하려 한다면 핵 포기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신뢰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 지금 이때가 북한이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셋째,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가능하다. 평화체제의 핵심은 적대 당사자 간의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관리다. 북핵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 두 가지 과제는 가능하지 않다. 북한 핵을 그대로 두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면 그것은 위장된 평화이고, 그것은 표면화된 안보위협보다 더 위험하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한반도 평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이상한 논리다.
 
우리는 핵무기가 담고 있는 정치·군사적 의미를 숙고해야 한다. 지금도 핵을 가진 당사자들끼리 한반도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태를 고착시킨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없다. 우리는 비핵화 정책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북한 핵을 해결하도록 외교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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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