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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최저임금 못 지킬 판, 우릴 잡아가라”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 사용자위원 의 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사용자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1]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 사용자위원 의 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사용자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1]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을 수락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수락한다면 정권과 관련된 사람일 것이다. 새로 선임되는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보면 (향후) 최저임금 정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이 퇴임 직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대립할 때 캐스팅 보트를 쥐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 위원장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제11대 최저임금 공익위원으로 위촉된 인사를 두고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사람으로 채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글로벌 상황이나 산업, 고용시장과 같은 거시적 측면보다는 노사관계나 빈곤, 복지, 사회운동적 측면에서 경제현상을 바라보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영계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익위원이 선임된 뒤 “최임위가 노동운동의 축소판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14일)을 사흘 앞두고 이런 우려가 결국 경영계의 ‘최임위 보이콧’으로 폭발했다. 10일 최임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표결에 부쳤다. 공익위원(9명) 전원이 ‘불가’에 표를 던져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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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자 사용자위원은 심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심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중 단 한 명도 사용자위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무력감일지도 모른다.
 
소상공인들은 심지어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라며 격앙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든 못 지킨다는 뜻이다. 한 사용자위원은 “우리를 다 잡아가도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소상공인

소상공인

최저임금위는 이런 파행에도 예정대로 심의 일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호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은 “복귀를 설득하겠지만 예고한 결정시한(14일)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공익위원과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5명)만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규정상 두 번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과반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4명이 보이콧하는 상황에서 사용자위원(9명)이 전원 보이콧하면 전체 27명의 위원 중 14명이 최저임금위에 남게 된다. 의결정족수는 채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익위원이 정부와 뜻을 같이하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만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노동 편향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고용 쇼크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상공인 업종인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에선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형편이다. 자칫하면 고용 상황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데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러 차례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것도 고용시장에 미치는 최저임금의 막대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한편으론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두고 훼손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일방적 결정’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소상공인의 모라토리엄을 법의 잣대로 처벌한다고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막판 변수는 남아 있다. 사용자위원으로서는 한 푼이라도 인상액을 깎아야 하는 절박한 실정이다. 심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8월 5일)하기 전에 진행되는 이의신청 기간을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번 결정된 사안이 번복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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