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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산 넘고 이젠 바다로? 정권 따라 널뛰는 관광정책

정부가 11일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강을, 박근혜 정부는 산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경북 상주 낙동강변. [중앙포토]

정부가 11일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강을, 박근혜 정부는 산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경북 상주 낙동강변. [중앙포토]

1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다. 법무부·행안부·문체부 등 11개 부처 장·차관이 참석했고, 회의 내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자치단체장을 영상으로 연결했다. 화상회의는 ‘지역 관광을 육성해 지역 발전의 동력을 찾겠다’는 주제를 동시에 공유하기 위한 전국 차원의 이벤트였다.
 
이날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열린 관광 부처 합동회의다. 지난해 12월 18일 1차 회의에서 정부는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관광정책의 기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전 두 정부가 관광산업의 양적·경제적 성과에 집중했다면 이 정부는 사람 중심의 질적 정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1차 회의에서 정책 방향이 나왔으니 7개월 뒤의 2차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마땅하다. 방한 외국인 숫자에 안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방한 외국인의 78%가 서울을 방문하는 현실(문체부, 2017년)에서 벗어나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일본처럼 인트라바운드, 즉 국내 관광이 먼저 활성화돼야 인바운드, 즉 방한 외국인 숫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한양대 관광학과 이훈 교수). 그러나 사업 하나하나를 뜯어 보니 7개월 전 선언과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지방의 관광진흥 노력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지방의 관광진흥 노력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중에 뜬 ‘올림픽 아리바우길’=정부는 이날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를 겨울·스포츠 관광 거점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유산을 활용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겨울이 없는 동남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지난 12월 발표의 복사판에 가깝다. 패럴림픽이 끝나고도 4개월이 지났는데 구체적인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올림픽 개최시설 활용 여부는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고,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조성했던 허다한 올림픽 유산이 사라지고 있다.
 
좋은 사례가 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지난해 10월 개통한 평창올림픽의 유일한 공식 트레일(걷기여행길)이다. 길 이름에 ‘올림픽’을 사용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식 인증도 받았다. 트레일 조성에만 예산 33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문체부·한국관광공사·강원도 누구도 관심이 없다. 예산도 없고 운영 주체도 없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코스를 개척한 ㈔강릉바우길의 이기호 사무국장은 “관계 당국 아무도 관심이 없어 민간단체가 자원봉사 개념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계속 문의하는데 도움을 못 줘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2차 회의는 1차 회의에서 발표한 관광진흥기본계획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문체부 금기형 관광국장은 “일부 콘텐트 중에서 성과가 미미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11일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강을, 박근혜 정부는 산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케이블카 논란이 뜨거웠던 설악산. [중앙포토]

정부가 11일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강을, 박근혜 정부는 산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케이블카 논란이 뜨거웠던 설악산. [중앙포토]

◆가는 곳마다 레일바이크·출렁다리=11일 정부는 한국만의 고급 관광 콘텐트를 ‘코리아 유니크(Korea Unique)’라 명명하고, 전국에서 관련 콘텐트를 발굴한다고 밝혔다. 전통술·한복·한옥·태권도·사물놀이부터 서울의 미쉐린(미슐랭) 스타 레스트랑, 미술관, 박물관도 해당한다고 열거했다. 반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1차 회의에서 아래의 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8 책의 해’를 계기로 전국의 독서축제·독립서점 등을 ‘책 읽는 대한민국’으로 엮고, 책 관련 명소를 찾아가는 ‘책 여행’을 개발하겠다(관광진흥기본계획, 15쪽).”
 
올 1월 정부 발표만 믿고 ‘책 여행’ 사업을 알아본 적이 있다. ‘책의 해’ 사업을 주관하는 출판계에서는 ‘책 여행’은 관광 업무라고 했고, 문체부 관광 부서는 ‘책의 해’ 사업은 출판 업무라고 했다. 결국 책의 해 사업은 관광과 무관하게 진행됐다. 25년 만에 돌아온 ‘책의 해’인 올해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10주기이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출간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정부 기대와 달리 지역의 관광 콘텐트는 획일화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관광 목적의 짚라인이 42개 운영되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25곳에 있고, 출렁다리는 50개나 된다. 한두 지역에서 인기를 끌자 앞다퉈 따라한 결과다. 관광 당국은 이들 레저시설의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대상 시설인지, 유원시설법 대상 시설인지도 모른다. 위 통계는 이달 초 중앙일보가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해 집계했다.
 
◆방치해 사라진 ‘해안누리길’ 재탕=2차 회의에서 뜻밖의 발표가 있었다.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계획이 지역관광 활성화 계획과 함께 발표됐다. 문체부와 해양수산부는 이날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해양레저관광 추진계획을 살피면 해양관광과 관련한 모든 계획이 망라돼 있다. 마리나·크루즈·어촌체험·수상레저·섬 관광 등 다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며 강을 파헤쳤고, 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융프라우’를 조성하겠다며 산악관광 활성화를 외쳤다. 강과 산 다 실패했으니 이제는 바다의 차례라는 뜻인가. 문체부에서는 해수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고, 해수부 한기준 해양산업정책관은 “오래전부터 해수부는 해양관광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추진계획 7쪽에 ‘해안누리길’이 등장한다. 섬·해수욕장·해안누리길을 연결한 관광 콘텐트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에서다. 해안누리길은 해수부가 2010년 조성한 트레일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 구호에 맞춰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트레일을 내던 시절, 해수부가 만든 유일한 트레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해수부 담당자가 바뀌면서 길은 사라졌다.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내팽개친 길을 다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내년까지 또 예산을 들여 해안누리길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한다고 밝혔다.
 
손민호·최승표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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