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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 대량생산 지시 철회 안해...워킹그룹, 시간끌기인 듯"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의 앤킷 판다 선임에디터.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의 앤킷 판다 선임에디터.

미 외교안보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의 선임 에디터인 앤킷 판다는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 북·미가 워킹그룹 출범에 합의한 데 대해 “북한이 이를 시간끌기에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술행사 참석 등을 위해 방한한 7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는 이번에 가서 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the bare minimum)이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최근 미 국립항공우주전문센터(NASIC) 자료를 단독입수해 북한이 올해 상반기 동안 새로운 탄도 미사일 발사대를 생산해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에서 어떤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가 매우 광범위하고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워킹그룹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의 다음 스텝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표나 북측의 파격적인 양보같은 것은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은 워킹그룹을 시간끌기에 잘 이용하는 달인들(masters)이다. 뚜렷한 다른 증거를 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워킹그룹은 이번에 가서 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갔는데 워킹그룹조차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정말 우려스러웠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서명도 했는데 뭣하러 국무장관을 상대하겠나. 예상했던 대로이며, 북한이 시간끌기를 하려 한다는 추가적 신호라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이 여전히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생산하고 있다고 폭로했는데.
전혀 놀랍지 않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탄도미사일과 핵탄두의 대량생산을 지시했다. 이후로 남북 및 북·미 간 정상회담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대량생산 지시를 철회했다는 공식적 발표도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분석가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두고 북한이 광범위하게 모든 것을 동결했다(freeze)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강선(강성)이라 불리는 제2의 비밀 핵시설에서 농축을 계속 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는데.
마찬가지다. 북한은 아직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대량생산을 계속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검증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 내에 사찰관들이 직접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보도들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에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이 문제를 제기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핵시설을 신고하면서 강선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보당국은 당장 ‘북한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기분 좋게 하고, 이 협상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영철 앞에서 테이블을 내리치며 ‘우리는 강선에 대해 알고 있어. 당장 닫아!’라고 소리치는 것은 그가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북한 앞에서 제기했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해도 놀랍진 않다.
 
최근 국무부가 내세우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한 검증된 비핵화)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정부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FFVD는 실제적인 것이 아니다.(not a real thing) 그 전에는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있지 않았나. 이전에 쓰던 것들을 조합한 것도 있고,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이런 말들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그들이 비핵화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FFVD는 비핵화를 새로운 방법으로 하려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일 수 있다. 그간 항상 가장 문제가 많았던(problematic) 부분이 CVID 중 I였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자체적인 시간표는 갖고 있나.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를텐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갖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1년을 이야기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폼페이오 장관의 관심은 이 프로세스가 가능한 오래 계속 이어지게 하는 데 있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까지 대화만 계속 되고 북한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북핵 문제가 국내 정쟁의 불씨(political football)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의 시간표도 없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디테일에는 관심이 없다. 언론에 어떻게 비춰지느냐가 관심사다. 김정은이 몇 주, 몇 달 안에 엔진 시험장을 폭파하고 CNN과 폭스뉴스에 이 장면이 나가면 굉장히 행복해하며 또 북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트윗할 것이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난해 ‘화염과 분노’ 같은 국면으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적게 이야기하는 게 많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좋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모든 것을 책임지고 보장하기를 바랄 것이라는 점에서는 실질적 외교 프로세스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도발적 전쟁연습’이라고 한 데 놀란 이들이 많았는데.
워싱턴에서 외교문제를 다루는 사람들도 동맹을 이런 형편없는 방법으로 대하는 것에 모두 충격받았다. 북한과 외교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연합훈련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훈련이 취소되는 것 자체는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취소하는 방식은 또다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다만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는 오히려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북한과 협상중)트럼프 행정부와 연합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하려 애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는 한국을 측은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실제 여기 와서 이야기를 해보니 연합훈련 취소에 아무렇지 않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죄악시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한국 국민과 (주한)미군에게도 모욕적인 표현이었다. 이는 합법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다. 협상에서 북한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도발적’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다면 한국 정부에서 매우 다른 반응이 나왔을 수 있다. 사실 싱가포르 회담 전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순식간에 예정에 없이 원하는 대로 해버리는 ‘트럼프 모먼트(Trump moment)’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거나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다시 전쟁이 시작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합훈련 중단 발표가 바로 트럼프 모먼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엄청난 헤드라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에 서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손을 잡고 들어올리며 ‘우리는 한반도의 전쟁을 이제 끝내기로 했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피스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할 것이고, 노벨평화상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종전선언을 해야 할 이유가 많다.  
 
남북이 합의한 대로 올해 안 종전선언이 가능할까.
어려운 문제다. 정전협정이 대체돼야 하고, 한국은 헌법을 바꿔야 한다. 굉장히 까다로운 국내적 절차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평화협정에 도달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3자가 아닌 4자 간에 이것을 하길 원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판문점선언은 ‘3자 또는 4자’를 종전선언의 주체로 규정했지만, 김정은이 현재 중국에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점을 생각해보면 중국을 배제하고 종전선언을 한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시 주석이 미·중 간에 시작된 무역전쟁의 결과를 한반도 전쟁과 연결시킨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향후 비핵화의 길에서 중국의 역할은.
중요한 것은 최고의 압박은 죽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8일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순간 끝났다. 최고의 압박에 동참했던 중국이 취할 다음 조치는 대북 제재 완화다. 지난해 3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의 수·출입이 거의 막혔고, 인도적 지원도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김정은의 목표는 제재 체제를 2016년 말로 되돌리는 것이고, 이를 내년 정도까지 할 수 있다면 그에게는 매우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그 전에 중국은 국경 통제 등의 제재 이행을 느슨하게 할 것이고 벌써 그런 징후들이 보인다.  
 
유지혜·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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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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