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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요원, DMZ 지뢰 제거 등 궂은 환경도 받아들여야

[SPECIAL REPORT] 대체복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늦어도 2020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군 대체복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일각에선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심’을 객관적으로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현실론에서다. 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2배로 늘리고 복무 강도를 높인다지만 병역 기피 문제를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군에서 이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뤘던 전문가 등 4인에게 보완책을 물었다.
 
임태훈. [뉴시스]

임태훈. [뉴시스]

2004년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에 반대해 입대를 거부, 1년4개월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체복무제 시행으로 인한 병역기피자 수 증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해당 종교에 사람들이 몰려가면(개종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데 현역 21개월 갈 걸 30개월 이상 근무하는데 그런 방식을 택하겠느냐”며 “병역 면탈을 위해 더 어려운 길을 굳이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군사 분야 대체복무자를 위한) 대체복무훈련소에서 응급처치술·구조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대체복무제를 통한 기피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김흥석

김흥석

김흥석 전 고등군사법원장은 과거 병역 거부 재판을 하며 각양각색의 병역 면탈이나 거부 시도를 보았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특히 종교적 사유에 의한 병역거부를 두곤 “예전엔 (입영한 뒤) 군사법원에서 ‘병역 의무를 하려고 하지만 다만 총을 잡지 않길 원할 뿐이다. 양심의 순수성을 믿어 달라’고 했다”며 “지금은 아예 군에 입영하는 것 자체를 기피해 처벌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영한 뒤 집총을 거부하면 항명죄에 해당해 통상 복무 기간보다 긴 2년6개월~3년형을 선고받은 데 비해 병역기피죄는 대체로 이보다 짧은 1년6개월형인 걸 거론한 것이다. 현실적 이유로 병역거부의 양태가 달라지듯 대체복무제도 병역기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사회서비스 업무가 대체복무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 부정적이었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은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대체복무는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는 1~3급 신체검사자도 포함돼 있다”며 “사회복무요원 시스템을 대체복무와 연결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강도가 세고 기간도 길어서 현역은 아니어도 병역 의무에 준하는 정도의 공헌을 해야 현역병과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무장지대(DMZ) 안에 매설된 지뢰 발굴 및 제거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거니와 군사적 목적에서 방어 전략으로 갖고 있으니 앞으로 생태계 공원 조성을 한다든지 하면 대체복무자들이 지뢰 제거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징벌적 차원이 아닌, 형평성 차원이자 악용 방지 차원”이라면서다. 지뢰 매설과 달리 지뢰 제거는 인명 살상용이 아닌 생명 구조용일 수 있다는 논리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체복무안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했던 예비역 장성은 “지금 현역 군인들이 엄청난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전방 가서 고생하는데 해당 종교로 가든 전부 이탈하려고 할 것”이라며 “어떻게 방지할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라를 지키는 병역 의무는 똑같이 져야 한다. 대체복무요원들은 긴 복무기간, 힘든 근무 환경 이런 것들을 다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양

오태양

2001년 공개적으로 병역을 거부해 대체복무제 논란을 낳은 오태양 청년당 사무총장은 대체복무제 대상자들의 선발과 심사·배치·관리까지 군과 전문가 그룹의 개입이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병역거부를 희망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 대한 심리적 검사와 객관적인 이력을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1단계이고, 2단계로 대체복무 과정에서 합숙과 이탈 방지를 위한 정기적 보고 등의 통제 관리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생길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대체복무에 부적격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처리 방안을 재논의하고 다시 현역병으로 소급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절차와 통제를 통해 진정성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은 전과 감수할 정도의 절박함
“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인가.” 대체복무제 도입의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나오는 반발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 ‘양심’의 맥락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비양심이라고 할 때 양심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 가치 판단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은 법률적 의미로 개인적인 현상이다.  
 
2002년 헌법재판소가 판례로 설명한 바도 있다. “여기에서의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란 것이다. 그 이후 판례에서도 인용된다. 속된 말로 하면 한 개인이 구금 또는 ‘전과’를 감수할 정도로 절박한 결정을 했다면 결정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설령 그게 사회적 규범에 일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그 결정을 실행하는 게 법질서에 위반되거나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제한을 받을 순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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