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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만 모이면 계를 만든다’ 관동 제일도시 강릉

[비행산수 시즌2] ⑧ 강릉, 빛의 도시
강릉, 빛의 도시

강릉, 빛의 도시

월요일 오전 9시1분, 서울역에서 강릉 가는 KTX에는 빈자리가 없다. 차림으로 보아 대부분 관광객이다. 외국인 단체가 두 팀이고 중년 아저씨·아주머니 팀이 젊은이들보다 많다. 1시간 56분 뒤 열차는 강릉역에 도착한다.
 
역사를 나서니 온통 티끌 하나 없는 원색이다. 내리꽂히는 햇살이 강렬하고 정직하다. 수도권이 미세먼지로 고역을 치를 때도 강릉은 멀쩡하다. 백두대간이 서쪽에서 밀려오는 오염원을 걸러주는 필터다. 동해·경포대·오죽헌·단오제·초당두부·커피 등이 강릉을 대표하는 말이지만 이제 ‘빛’을 가장 앞세워야하지 않을까.
 
영상미디어설치작가 홍나겸은 말한다. “민들레꽃을 찍으니 형상과 그림자가 똑 같아요. 빛이 빛다우니 사물의 이면에 있는 어둠이 그대로 드러나요. 서울은 사물의 그림자가 희끄무레하잖아요. 이 명징한 빛을 보지 못하고 지내는 셈이지요.”
 
강릉은 오래도록 외진 도시였다. 동으로는 바다, 서로는 산맥이 넘기 힘든 울타리 구실을 했다. 혈연·지연·학연이 유달리 강한 이유다. 강릉문화원 박진희 문화기획팀장은 이 고장에 ‘셋만 모이면 계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도시의 특징이다. 분단이 되기 전엔 배로 닿을 수 있던 원산·흥남이 고개 넘어 원주·춘천보다 가까웠단다.
 
평창올림픽과 KTX 덕에 강릉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주머니들이 객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지런히 식당을 찾는다. 이름난 가게 몇 곳을 들여다보니 거의 관광객이다. 시내를 반으로 갈랐던 철길이 땅속으로 들어간 자리에 생긴 월화거리는 명소가 됐다. 외지인들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여기 사람들은 나날이 바뀌는 도심에서 밥을 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시가지는 대관령 쪽에서 흘러내린 구릉과 남대천 사이에 길게 엎드려 있다. 솔올(소나무가 많은 고을) 하슬라(삼국시대 때 이름)라는 지명이 강릉의 특색을 잘 드러낸다. 시청 18층 도서관 창가에 서면 산과 바다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 커피 가게들이 몰려있는 안목해변이다.
 
8월 3일과 4일 저녁에 대도호부 관아 일대에서 ‘야행’ 행사가 있다. 수문장 교대식, 인형거리 퍼레이드, 강릉 사투리 콘서트 같은 35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바로 옆 서부시장에서는 주막이 열리고 수제맥주와 전통과자 잔치도 있다. 8~12일에는 명주인형극제가 열린다.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는데도 해가 남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밤 열차도 꽉 찼다.
 
그림·글=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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