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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궤멸된 보수정치 … 책임과 희생이 재건의 출발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 지도부가 어제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일제히 사퇴했다. 역대 최악의 궤멸적 패배를 자초한 만큼 퇴진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 책임론이 선거 전부터 거셌다. 자기 당 후보조차 ‘선거에 도움이 안 되니 유세장에 오지 말라’는 일이 벌어졌다. 당 대표가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며 유세를 포기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바른미래당은 공천을 놓고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막판까지 대놓고 다퉜다. 야당 심판이란 선거 결과가 이상할 게 없다.
 
이제는 보수 야당의 재건과 재편이 과제인데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야당의 지리멸렬도 따지고 보면 지도부 탓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 전체가 무능과 구태에서 벗어나질 못해 당 내부에선 개혁과 쇄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질 않는다. 그렇다면 힘이라도 모아야 하지만 여전히 온갖 계파로 갈려 서로 헐뜯기만 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혈안인 게 한국당의 현주소다. 보수 쇄신을 내세운 바른미래당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과 차별화는커녕 존재감마저 희미하다.
 
그동안 야당의 유일한 전략이란 그저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보수 표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손쉬운 셈법뿐이었다. 여당 잘못에 손가락질만 할 뿐 정책적 대안이라곤 전혀 내놓지 못한 두 당이다. 당내에 젊고 유능한 새 피를 수혈하기는커녕 흘러간 인물을 줄줄이 후보로 내세웠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참패가 명확했는데도 당에선 ‘왜곡된 여론조사’라며 억지를 부렸다.  
 
문제는 보수 야당의 몰락이 한국 정치에 재앙이란 사실이다. 정부와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진보와 보수, 좌우 양쪽의 날개로 나는 정치가 건강하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입법·사법·행정부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권력 독점과 부패를 막아야 한다. 똑같은 논리로 야당은 권력을 쥔 여당의 독주를 막고 정책 실행과 법 집행의 공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강력하고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과 청와대, 정부가 긴장한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보수의 침몰은 좋은 정치가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
 
보수 재건은 처절한 반성과 자기희생이 출발점이다. 책임과 희생이야말로 보수의 최대 가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과거의 책임과 잘못된 체질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권력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부패한 기득권에 집착하는 박근혜식 보수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했다. 반성과 변신의 노력이 없는 기득권 세력은 가려내야 한다. 그 자리에 건전한 보수 가치관을 지닌 젊은 인재들을 영입해 당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고 명실상부한 정통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반성 없는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보수 야당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책임과 헌신이 없는 데 대한 매서운 질책이었다. 이념과 정책을 시대에 맞게 가다듬고 새로운 인재를 과감하게 충원하며 파격적 개혁을 멈추지 않는 한 떠나간 국민 지지가 돌아오고 당이 새로워질 리 없다. 완전히 해체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이 없다면 새로운 보수를 주문하는 국민에게 다가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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