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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홍준표와 트루먼

김남중 논설위원

김남중 논설위원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DEWEY DEFEATS TRUMAN)’.
 
1948년 미국 33대 대통령 선거 승리자가 당선 기자회견에서 치켜든 ‘시카고 트리뷴’ 1면 헤드라인이다. 문제는 그 자리 주인공이 공화당 토머스 듀이가 아니라 민주당 해리 트루먼이었다는 것이다. ‘최악의 오보’를 비웃듯 신문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는 트루먼의 당시 사진은 인상적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사연은 이렇다. 트루먼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듀이를 넘지 못했다. 선거 두 달 전엔 13%포인트, 2주 전에도 5%포인트 열세였다. 트루먼조차 패배를 예감하고 선거 전날 “어차피 질 텐데 잠이나 푹 자자”고 했을 정도다. 트루먼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한 성급한 보도가 나온 연유다. 결과는 이변이었다. 이때 나온 정치판 용어가 ‘트루먼 효과’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후보가 막판 뒤집기로 당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내심 트루먼 효과를 기대했던 듯싶다.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패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영남권 5곳과 충남·대전·강원·경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을 보면 말이다. 역전극은 없었다. 역시 트루먼에게서 유래한 ‘언더도그 효과’도 작동하지 않았다. 워낙 기울어진 운동장 싸움이기도 했지만 트루먼과는 애초부터 인연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홍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올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는 트루먼의 좌우명이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이 문구가 적힌 나무 명패를 올려 두고 늘 경계로 삼았을 정도다. 책임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결기다. ‘일본 원폭 투하’ ‘트루먼 독트린’ ‘마셜 플랜’ ‘한국전쟁 참전’ 등 유독 세기적 결단을 많이 했던 그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 말은 포커에서 유래했다. ‘벅(buck)’은 카드를 돌리는 딜러의 위치를 표시하는 마커다. 이를 옆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에서 ‘책임’을 상징한다. 홍 대표는 어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사퇴했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쇄신 요구에 직면했을 때도 이 문구를 인용하며 물러난 적이 있다. 정치는 생물인지라 그가 다시 카드를 돌릴 기회를 잡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어찌 됐든 도통 낯설기만 한 ‘벅’ 운운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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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