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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원 쏟은 러시아 월드컵 오늘 개막…"진짜 승자는 푸틴"

14일(현지시간) 2018 러시아 축구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주변에 대회 홍보 깃발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2018 러시아 축구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주변에 대회 홍보 깃발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인들의 축구 축제 러시아 월드컵이 14일(현지시간) 개막한다. 다음달 15일까지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카잔·니즈니노브고로드·소치 등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엔 32개국 73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개막전은 밤 12시(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결이다. F조에 속한 한국은 18일 오후 9시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세계에 새롭고 열린, 친절한 러시아를 보여주고 싶다.” 2010년 월드컵 유치가 확정됐을 당시 비탈리 무트코 스포츠부 장관(현 러시아 축구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은 러시아에 4년 전 소치올림픽에 이어 대대적인 국가 홍보 기회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신축과 인프라 확장 등에 11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를 투입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월드컵으로 22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집계하며 2023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308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옛 소련 시절 열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악몽을 씻어줄 기회이기도 하다. 당시 냉전 대결을 벌이던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난하며 서방 65개국의 불참을 주도했다. 이번엔 동서 구분 없는 축제에다 100만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할 걸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 러시아 입국 비자를 받은 축구팬만 3만 명에 이른다.
2018 축구월드컵 개막 전날인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 지아니 인판티오 FIFA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FIFA 페넌트를 선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 축구월드컵 개막 전날인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 지아니 인판티오 FIFA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FIFA 페넌트를 선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누구보다 이번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영어를 꽤 유창하게 하면서도 공식 석상에선 영어를 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총리로 재직 중이던 2010년 월드컵을 유치했을 땐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From bottom of my heart, thank you)”라는 영어 인사를 해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4선에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이번 월드컵은 “그의 통치 하에서 부흥하는 러시아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3일 전했다.  
 
우려가 없진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6년과 같은 영국-러시아 훌리건 충돌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현지 경찰이 ‘무관용’ 원칙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당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잉글랜드-러시아 경기 땐 양국 팬의 다툼이 폭력 사태로 번져 수백명이 다쳤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와 영국은 전직 러시아 스파이인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살 미수 사건과 이로 인한 외교관 맞추방전으로 감정의 골이 깊다. 영국은 이번 월드컵에 대표팀 참가는 허락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보내지 않았다.  
 
최장 2500㎞ 떨어진 11개 도시에서 벌어지는 경기의 치안도 골머리다. 이미 이슬람국가(IS)가 월드컵 기간 테러를 선동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체첸 반군 등 극렬 반정부세력의 테러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유럽 주요 도시를 강타한 ‘외로운 늑대’의 공격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 기간 반(反) 푸틴 시위 탄압으로 악명 높은 코사크 민병대 300여명도 치안 병력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축구 실력만 보면 러시아 대표팀은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FIFA 랭킹 70위로 최하위다. 러시아가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8년 전 남아공에 이어 월드컵 사상 두 번째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개최국이 된다. 
 
하지만 32일 간 세계인의 시선이 러시아의 문화와 인프라에 쏠리는 것만으로도 푸틴 정부는 홍보 효과를 보게 된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내전 개입 등을 강행해온 푸틴 대통령으로선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쇄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스라엘 하레츠에 따르면 “러시아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지더라도 푸틴은 승리할 것”이다.
 
2018 축구월드컵 개막 전날인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이란 축구팬들이 단체 응원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 축구월드컵 개막 전날인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이란 축구팬들이 단체 응원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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