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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회견 전 튼 한국어 영상 … NYT “백악관 NSC가 만든 듯”

12일 오후 4시 전 세계의 시선이 싱가포르의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로 몰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기의 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앞두고서다. 그때 프레스센터에는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동영상이 상영됐다. 기자들은 웅성거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얻게 될 풍요로운 미래의 모습을 담은 한국어 영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영이 끝나자마자 리얼리티쇼의 주인공처럼 조명을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그는 “회담 마무리 시점에 김 위원장에게 보여줬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 영상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4분30초짜리 영상이 시작된 지 40여 초 뒤. 영어로 지명이 표기된 한반도 지도가 나왔는데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표기돼 있었다. 일본이 주장하는 동해 표기인 일본해를 뜻하는 영어명이다.
 
영상에는 ‘Japan’이라는 표기에 포커스를 두지 않아 흐릿하게 나왔지만 명백히 일본해 표기였다. 동해를 병기하지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여준 영상에 노출된 ‘일본해’ 표기 지도. [동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여준 영상에 노출된 ‘일본해’ 표기 지도.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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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영된 영상물은 역사적인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설득하기 위해 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아이패드에 저장했다가 회담 중 김 위원장에게 보여줬을 만큼 철저한 사전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영상에 미국은 한·일 간 외교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을 건들인 것이다.
 
영화의 예고편처럼 제작된 영상에는 ‘Destiny Pictures production’이라는 자막과 함께 “데스티니 픽처스가 제작했습니다”는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데스티니 픽처스라는 영화사는 실제 있다. 미국 언론들은 즉각 LA에 있는 15년 된 소규모 독립영화 및 방송 제작사인 이곳의 설립자 마크 카스탈도를 전화 인터뷰해 제작 경위를 물었다.
 
그러나 카스탈도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그 영상과 아무 관계가 없다. 나는 정치적 인물도 아니고 그런 선전 영상은 제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거 영화사를 차리기 전 카지노업에 종사했던 전력과 관련해서도 “트럼프가 (사업가 시절) 했던 카지노와도 무관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실제로 동영상에 나온 회사 로고와 데스티니 픽처스의 로고는 완전히 다르다.
 
NYT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데스티니 픽처스라는 제작사에 대해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가 비유적으로 지어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제 데스티니 픽처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만든 셈”이라 보도했다.
 
동영상 제작사가 Destiny(운명)인 것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에 따른 풍요로움이 운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전달하려는 설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회견에서 해당 영상에 대해 “우리가 만든 영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미국의 영화사나 제작사인지 백악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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