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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엔진실험장 파괴, 미국 우선주의와 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시험장에서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시험장에서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파괴한다(destroy)고 밝혔다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은 북한의 전략무기 시설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에게 직접 들었다”며 “우리(미국)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언급했다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의 일부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설치한 대규모 시설이어서다. 북한은 지난해 3월 18일 이곳에서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에 성공했고 이를 지켜본 김정은은 개발자를 현장에서 업어주기까지 했다. 북한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화성-15형)에 이곳에서 실험한 엔진(백두산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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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탄두와 미사일 개발에 전력하며 군사적 능력을 강화해 왔다. 4차례 진행한 핵실험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북한은 북부핵시험장)에서 실시했다. 북한이 동쪽(풍계리)에선 핵실험장을, 서쪽(동창리)에선 미사일 실험장을 운영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달 24일 핵실험장 폭파에 이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파괴하겠다는 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려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턱밑까지 갖춘 북한이 향후 상황 여하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을 더는 개발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미국에 줄 수 있다.
 
핵미사일은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가공할 폭발력을 갖춘 무기다. 운반체(미사일), 기폭장치, 핵물질 등 핵무기 3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완전체가 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 미사일로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발사 각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고도 4475㎞, 거리 950㎞를 날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1만㎞를 훨씬 넘을 것”이라며 “미국 동부까지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정확도는 증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선 북한 위협론이 이미 확산된 상태다. 또 미사일 엔진을 조금만 더 개량하면 핵탄두만 아니라 재래식 탄두를 실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위협인 셈이다. 따라서 이 실험장을 파기하겠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북한이 이미 개발을 끝낸 뒤 쓸모없는 시설을 파괴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또 핵실험장이나 엔진 실험장 파괴는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의 해체와는 무관하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는 비핵화의 첫걸음이지만 이에 안심해선 곤란하며 이후 핵 폐기 절차로 반드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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