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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스캔들’보다 ‘이부망천’ 발언 파괴력 더 컸다

부산시 민락동 미광화랑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13일 투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민락동 미광화랑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13일 투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민주당의 압승을 예측하는 지상파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첫 일성도 “예상된 승리”였다.
 
여권에 유리한 이벤트인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속 드라마로 이어지면서 여타 다른 정치·경제적 이슈들을 압도했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이런 상황을 “한반도에 새로운 대전환이 몰려온다.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백약이 무효”라고 표현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몇 개월 전만 해도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한반도의 분위기를 평화 무드로 돌려놨다는 점에 다수의 유권자들이 높은 점수를 매겼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중재 외교를 이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는 고공행진을 한 게 민주당이 기록적인 대승을 거둔 핵심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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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의 승리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컸던 게 큰 이유”라며 “북·미 회담 이슈가 보수층이 민주당을 찍게끔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른 이슈가 크게 부상하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는 민주당 후보들이 ‘문재인 마케팅’에 기대 손쉽게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물러난 이후에도 ‘촛불 민심’이 계속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실장은 “기본적으로 촛불 집회에서 시작된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강했다”며 “대통령을 바꾼 다음 지방정부를 바꾸고, 국회의원까지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이번 지방선거에 그대로 투영됐다”고 말했다.
 
강원 태백 국민체육센터에서 발견된 무효표. [뉴시스]

강원 태백 국민체육센터에서 발견된 무효표. [뉴시스]

탄핵 뒤에도 보수 진영이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건전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 하지 못한 것도 여권의 대승을 가져온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모습을 “위장 평화쇼”라고 비난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진보 진영뿐 아니라 지방선거에 나서는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들만의 세상에 갇혔다”(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고 비판할 정도였다. 심지어 한국당 시·도지사 후보들이 지원유세에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홍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서울에 남아 페이스북으로 고공전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대변인을 맡은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내부 여론조사상으로는 남경필 후보와의 격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와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며 “여배우 스캔들이 경기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태옥 전 한국당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게 민주당 분석이다.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발견된 무효표. [연합뉴스]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발견된 무효표. [연합뉴스]

야당이 선거 전략을 잘못 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선거 초반이던 지난 4월 25일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위장 평화론’의 연장선이었지만 당내에서조차 외면받았다. 뒤늦게 ‘경제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로 슬로건을 교체했지만 제대로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소득 양극화 확대 등 경제실정론이 선거 막판 정치권의 논란거리가 됐지만 경제실정론이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정의당 등은 ‘제1야당 교체론’으로 한국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이번 선거는 여당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그동안 한국당이 해온 주장을 국민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대한민국 보수가 많이 바뀌라고 명령한 선거”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선거는 구도, 이슈, 인물, 조직의 네 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데, 네 박자 중에 한국당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었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며 “한국당은 완전히 리모델링을 안 하면 재기 불능 상태”라고 진단했다.
 
허진·김정연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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