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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페북에 점령당한 프랑스 … 국가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야

베르나르 벤하무

베르나르 벤하무

프랑스에서는 영어로 길을 물어도 프랑스어로 알려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프랑스는 자국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큰 나라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를 쓴다. 인터넷 세상에서만큼은 미국 문화에 점령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집권 초기부터 프랑스의 인터넷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디지털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베르나르 벤하무(사진) 프랑스 디지털 주권 연구소 사무총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인들에게는 유럽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글 등 외국 기업들이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디지털 주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벤하무 사무총장은 지난달 한국언론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에 관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는데, 디지털 주권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디지털 주권은 자국의 ‘디지털 운명(digital destiny)’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유럽은 중국이나 미국의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만의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처럼 디지털 주권은 해외 기업을 규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국 산업을 진흥시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유럽은 조세회피·반독점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EU는 구글에 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러한 규제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경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구글이 독점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왔고 이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 것뿐이다. 현재 페이스북과 구글은 조세를 회피하는 등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시장에 진입 및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외에 유럽이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한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
“유럽의 디지털 주권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세금·개인정보·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규제 정책이고, 두 번째는 산업 정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좀 더 디지털 주권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국에서 개발된 교통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유럽도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체코의 세즈남, 러시아의 얀덱스는 이미 구글에 추월당했고,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중국(바이두)을 제외하면, 자국 검색엔진이 1위인 기업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다양성의 관점에서 한국의 사례가 있다는 것이 기쁘다. 구글의 독점은 경제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치적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술 환경이 다양할수록, 개방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구글과 같은 기업에게 경쟁상대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처럼 구글이 독점하는 형태가 아닌, 다른 기업들도 그들만의 철학과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같이 정부가 강제하지 않고도 자국의 거대 기업이 있고 해외 기업들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방향으로 시장을 규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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