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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퍼스펙티브] 퇴로 없는 ‘은퇴 후 창업’ 프랜차이즈로 출구 찾기

자영업의 비명
이 글은 아주 개인적인 동기로 쓰여지고 있다. 나는 베이비부머(55~63년생) 세대다.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주변엔 놀거나, 잠깐 일하는(파트 타임) 친구들이 꽤 된다. 2년 전 정년이 60세로 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젊은 시절 내가 생각했던 노년은 이런 게 아니었다. 그때 나는 60살이 되면 환갑잔치를 폼나게 하고 남은 노년은 그저 안 아프고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놈의 고령화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계속 늘고 있다. 아흔살을 넘길 수도 있다. “30년 일했으면 된 거 아니냐”는 배부른 게 됐다. 은퇴 후 30년, 길게는 50년이라는 더 큰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걱정은 역시 돈과 일자리다. 많이 벌어뒀다면 은퇴 후 남태평양의 산호초밭을 누비는 삶을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인이란 직업이 돈과는 별 인연이 없는 데다, 내 현실도 다르지 않다. 자산 축적에 성공한 또래들처럼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다. 강남 3구에서 전셋집 한 번 살아보지 못했다. 막연히 걱정만 하면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현실적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남달리 가진 재주나 기술도, 노하우도 없다. 맨땅에 음식점·구멍가게를 차린들 1~2년 버티면 다행일 것이다. 돌고돌아 결론은 프랜차이즈였다. 물론 프랜차이즈가 꼭 정답일 수는 없다. 세계 최고의 경쟁률과 끊이지 않는 본사의 갑질 논란으로 한국은 이미 프랜차이즈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어떻게 해야 프랜차이즈도 살고 내 노년도 살까. 노인 빈곤과 일자리 문제의 해법도 그 안에 담겨있지 않을까. 그 실마리를 찾아 두서없는 여정을 몇 달 전 시작했다. 관심 있는 분들만 이글을 따라오기 바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월 초의 뉴욕은 많이 추웠다. 폭설이 내려 뉴욕 시내 교통이 끊기기도 했다. 파리바게뜨는 3년 전 관광 중심지 콜럼버스 써클에 뉴욕 7호점을 열었다. 아침저녁으로 매장 계산대엔 제법 긴 줄이 늘어선다. 최영조 파리바게뜨 미주법인장은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가맹점을 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올해는 미국 가맹점이 직영점을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3월 현재 미국 매장은 직영점이 48개, 가맹점이 18개다. 올해 이 숫자를 가맹점 53개, 직영점 49개로 바꾸는 게 목표다. 13년 전 진출했을 때는 미국 시장의 성격을 잘 몰라 고전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이제는 어느 지역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백인 주류 사회를 정조준했다. 그래야 미국 주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최 법인장은 “오랜 직영점 영업을 통해 가맹점의 생존법을 찾아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현재 뉴욕에만 3개의 가맹점이 있다. 점주는 한국계·베트남계·중국계 미국인 각 1명씩이다. 모두 광고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이다. 하루 매출은 6000~7000달러, 월 20만 달러 정도다. 투자비는 60만~70만 달러.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는 약 12%가 나온다.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가맹점주가 매니저와 판매·제빵사를 직접 고용한다. 매장당 약 17~18명쯤 된다. 2명의 매니저를 빼면 다 시급제다. 판매직이나 제빵사나 시급 차이는 없다. 뉴욕의 올해 최저임금은 13달러 50센트. 시급 직원 한 명당 월 3000달러쯤 받아간다. 매출의 30% 정도가 인건비다. 임대는 10년이 기본, 5년 마다 연장한다. 본사에 내는 돈은 매출의 3%(첫해), 이듬해부터 5%인 로얄티가 전부다. 한국처럼 물품대금에 포함하지 않는다. 고용·가격·거리제한 등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이 거의 없다. 최 법인장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미국과 한국을 택하라면 당연히 미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삶의 무대를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내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해외 파리바게뜨 매장은 300개를 넘어섰다. 중국에선 지난해 가맹점이 직영점 수를 넘어섰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사업 가속화의 해”로 선언했다. 그런데 왜 해외 진출인가.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이 그야말로 포화상태라서다. 2016년 현재 국내 가맹본부는 4268개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왕국이라는 미국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통계가 워낙 들쭉날쭉하고 오래됐지만 2012~13년 주요국 프랜차이즈 산업 비교를 보면 한국이 2820개(2012년), 미국은 3000개(2013년)였다. 인구수로 견줘보면 한국은 1만8000명당 1곳, 미국은 10만명당 1곳이다. 세계 최악의 레드오션이란 얘기다. 국내에서 성장이 막힌 프랜차이즈는 해외 진출이 해법이다.
 
정현식 맘스터치 대표는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성장이 생존이다.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죽으면 가맹점주도 같이 죽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과 수제버거 브랜드인 맘스터치는 “낮은 브랜드 로열티(매출액 대비 2.3%)와 상대적으로 낮은 인테리어 비용, 상권 분석 차별화로 점주와의 상생 노력을 잘하는 착한 프랜차이즈”(유안타증권)로 손꼽힌다. 2004년 창업 후 10년여 만인 2016년 매장 수 1000개를 돌파했다. 2~3년 뒤엔 롯데리아를 제치고 버거 프랜차이즈 1위를 노린다. 그런 맘스터치도 베트남·대만 진출에 이어 올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1호 매장을 냈다. 정 대표는 “치열한 국내 경쟁을 이겨낸 업체만 살아남아서 해외로 갈 수 있다”며 “가맹점주에게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는 회사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멀리 돌아왔지만 첫 번째 교훈을 얻었다. 쉽게 망하지 않을 프랜차이즈를 골라라.
 
더 계산 불가능한 문제도 있다. 정부 정책이 그중 하나다.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를 삼킨 화두는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올 초 증권사들은 일제히 최저임금 영향이 큰 음·식료, 숙박·배달업, 편의점 업체의 실적 전망을 떨어뜨렸다. 목표 주가도 낮췄다. 대개 예상과 비슷했지만 더 나빠진 곳도 꽤 있다. 신영증권은 CJ대한통운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428억원(전년비 -19.6%)으로 예상했다. 실제 실적은 453억원(-11.4%)이었다. KB증권은 SPC삼립의 영업 이익을 125억원(전년비 -8.3%)으로 전망했는데 결과는 114억원(-16.3%)이나 줄었다.
 
본사가 힘들어지는 데 가맹점이 좋을 리 없다. 홍익대앞에서 프랜차이즈 보쌈집을 하는 이모(62)씨는 “작년에 직원 세 명을 쓰다 올해는 한 명 줄였다. 대신 1일 파출부를 쓴다”며 “인건비만 한 달 150만원가량 올라 부부가 하루 종일 일해 월 600만원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했다. 영등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 모 씨는 “아르바이트를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며 “가져가는 돈은 월 300만원 정도로 작년과 비슷하지만 대신 내가 일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은커녕 휴일과 새벽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지난달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됐다. 예컨대 자동판매기 사업도 생계형 업종에 묶일 가능성이 있다. 프랜차이즈엔 악재다. 편의점이 최저임금 충격을 줄이기 위해 도입 중인 무인판매도 물 건너갈 수 있다. 정책의 취지와 달리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임영태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이슈는 약한 고리부터 때린다. 작은 매장, 작은 브랜드가 먼저 무너질 것이다. 그 남은 공간을 큰 브랜드들이 독식하게 될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로 시장이 재편되는 정책의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응은 각양각색이다. 보통은 나 몰라라 시침 뚝 떼거나 가격 인상으로 대응한다. 가맹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곳도 있다. 몇몇 편의점 본사는 수백억 원의 상생지원금을 마련해 가맹점주를 돕고 있다.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64)는 “30여년간 폐업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2~3년 동안 50여개 가맹점이 문을 닫았다”며 “주로 배달 위주 영업이라 치솟는 배달료 등을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가맹점 살리기에 올인할 계획”이라며 “가맹점이 70%를 부담하던 광고비도 올해부턴 본사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150개의 가맹점 중 마지막 하나가 남더라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서 두 번째 교훈을 얻었다. 가맹점과 생사를 같이할 프랜차이즈를 찾아라.
 
따져봐야 할 건 차고 넘쳤다. 최고 골칫거리는 임대료다. 신대방동에서 30평짜리 슈퍼형 편의점을 하는 조모씨는 “2년마다 60만원씩 임대료가 올랐다”며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세번째 교훈, 탐욕스러운 건물주를 피하고, 가능한 권리금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말이 쉽지,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알아둬야 할 숫자도 많다. 전체 근로자 중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6.8%(2014년, 무급 종사자 포함)로 OECD 평균(18.3%)보다 8.5%포인트 높다. 올 1분기 자영업자의 가구 소득은 월 362만원으로 3년 전보다 줄었다. 반면 10년 전 300만원도 안 되던 임금 근로자의 가구 소득은 558만원으로 급증했다. 자영업자의 30%는 국민연금도 못 들고 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799만 개의 자영업자가 폐업했다. 매일 62곳이 문을 열고 36곳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프랜차이즈의 형편이 좀 낫다. 외식업 창업자의 3년 생존율은 독립형 식당이 39.3%, 프랜차이즈는 63%다.
 
이런 숫자를 가만 들여다보니 내가 할 일보다 정부가 할 일이 많아 보인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퇴직을 늦춰도 되는 사회 시스템, 퇴직 후에도 자잘한 일거리가 주어지는 사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노동시장, 이걸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그중 하나로 창업 성공률이 높고 선택지가 많은 프랜차이즈 활성화를 꼽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골목상권을 국지적 독점으로 보호하고 프랜차이즈의 골목 진출을 반대한다. 되레 창업자의 선택지를 줄이고 창업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임재국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한 걸음 더 나간다. “프랜차이즈를 새로운 비즈니스, 신성장 동력, 스타트업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K푸드 프랜차이즈는 우리 먹거리를 세계에 수출하는 신성장 산업이 될 수 있다. 우리 옆에는 이제 막 제대로 된 먹거리, 서비스에 눈을 뜬 13억 중국인이 있다. 프랜차이즈야말로 고령화 시대의 사회 안전망이요, 자영업의 저주를 푸는 열쇠일 수 있다.”
 
이런저런 문제를 다 따져보고 창업하는 이가 있을까. 있다고 한들 성공(또는 생존)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두달여의 여정을 끝냈지만,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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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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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