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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실패했던 북한의 IMF 가입, 21년 만에 성사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1997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은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국제금융기구로서는 역사상 첫 북한 방문이었다. 북한이 같은 해 여름 IMF를 공식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3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북한 재정성과 국가계획위원회,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등의 관료를 만나 IMF 가입에 따르는 책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북한은 당시 IMF 가입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IMF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현재,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면 그에 따른 북한 경제개발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큰데, 그 첫 단추가 '국제금융기구 가입'이어서다. 이 기구에 가입해야 북한이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국제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다른 국가에 '양호한 협력 관계를 가진, 투자 가능한 국가'라는 시그널(신호)을 보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국제 민간 투자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여느 때보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일단 북·미 관계 개선 외에도 국제기구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세계은행(W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이 전화를 걸어와 '과거 러시아 등 체제 전환국에 대한 지원 경험이 많다'며 북한이 개방 또는 개혁한다면 노하우를 갖고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원산 시내에 조성 중인 대규모 관광단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연합뉴스]

북한이 원산 시내에 조성 중인 대규모 관광단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연합뉴스]

 
북한이 가입할 수 있는 국제금융기구는 IMF와 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다. 이 중 최우선으로 가입해야 하는 곳은 IMF다. 세계은행 같은 다른 기구가 IMF 가입을 가입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IMF에 가입하려면 국제 규범에 맞는 국가통계가 있어야 한다. 북한이 자국 보유 외환과 국민소득, 무역액 등 경제·사회 통계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에서 '총투표권의 3분의 2 이상을 가진 과반수 가입국의 참석과 찬성'이 필요하다.  
 
테러지원국이란 '오명'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미국은 2008년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다가, 9년 만인 지난해 11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현재 IMF 등에 테러지원국이 가입하면 미국은 이사국으로서 자금 지원을 반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렇듯 북한 경제통계 분석,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등이 선행돼야 하므로 당장 북한이 IMF 가입을 타진하더라도 승인까지 2~3년은 걸린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최근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는 상황이라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이 IMF 지분 1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IMF 가입 여부가 미국 의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통계 제출 등이 사실상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IMF 이사국 간 논의를 통해 가입 승인 시기를 당길 수 있다"며 "특히 미국이 승낙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IMF에 가입할 때, 제대로 된 통계를 내지 않았는데도 1년이 채 안 돼 승인된 전례가 있는 만큼 북한도 '특별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태식 기획재정부 개발금융국장은 "국제기구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미국이 북한의 IMF 가입에 동의할 수 있는 여건이 언제 조성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상 승인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일단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장형수 교수는 "북한을 먼저 IMF에 가입시켜 놓은 뒤 통계를 갖추게 하고, 나중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4회 '아시아의미래' 국제콘퍼런스에 초청받아 기조연설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4회 '아시아의미래' 국제콘퍼런스에 초청받아 기조연설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회원국 상태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IMF는 규정상 불가능하지만, WB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비회원국에 기초통계조사, 경제·산업 전략 수립 같은 기술 지원(technical assistance)을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옛 소련 해체 뒤 동티모르 등 비회원국 개발 지원에 나선 적이 있다. 
 
남북 주도의 국제금융기구 설립 등 제2, 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봉현 부소장은 "북한과 연계한 동북아 지역의 공동 발전을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어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1일 "많은 경제 제재가 풀린다는 가정에 따라, (북한이) 국제기구 회원국이 되지 않더라도 한국·중국·일본 등과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다국가간 펀드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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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