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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청구권 200억 달러, 북한 재건 ‘종잣돈’ 가능”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연합군은 패전국인 일본에 대규모 배상 책임을 부여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피해국의 사회기반시설(SOC)을 재건하는데 일본이 직접 자금을 지원하라는 의미에서다. 일본의 침략에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는 차례로 배상금을 받는다.
 
1954년 버마(현 미얀마)가 2억 달러, 56년 필리핀이 5억5000만 달러, 58년 인도네시아가 2억2300만 달러를 차례로 받는다. 그리고 65년 한국은 3억 달러를 받는다. 일본에 침략 피해 배상금을 청구할 권리, 바로 대일 청구권을 행사한 사례다.
 
삼성증권이 북한이 대일 청구권을 행사해 200억 달러(약 21조5600억원)를 받을 수 있고, 이를 경제 재건 종잣돈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회사 리서치센터 북한투자전략팀이 13일 발간한 보고서 내용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지 하루가 지난 13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 신문 게시 코너에 뉴스를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평양 교도=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지 하루가 지난 13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 신문 게시 코너에 뉴스를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평양 교도=연합뉴스]

삼성증권은 이 보고서에서 “과거 한반도 통일 비용 산정은 통일 독일 방식을 전제했다”며 “그러나 미국 등이 북한 체제를 인정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독일과 같은) 흡수 통일에 근거한 비용 산정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재건 비용은 남북한 사이 점진적인 경제 통합을 전제로 추정이 바람직하다”며 “일정 기간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는데 소요되는 경제적 투자 비용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통합 외에 체제 전환 비용과 사회적 혼란, 남북 주민 간 갈등 비용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기존 통일 비용 산정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북한의 대일 청구권에 주목했다. 보고서에서 “향후 북ㆍ일 수교 과정에서 대일 청구권이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라며 “북한이 이 자금을 수령하게 된다면, 경제 재건의 종잣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북한이 받을 수 있는 대일 청구권 액수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삼성증권은 “북한이 300억~40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설이 있고, 2002년 북ㆍ일 평화 선언에서 100억 달러 수준으로 일본이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16년 전 100억 달러를 소비자물가, 구매력을 따져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0억 달러 수준이라고 삼성증권은 산출했다. 
 
다만 삼성증권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계획 후 효율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가능하면 자금 수령 기간의 단축을 요구하고, 초기에 받을 자금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청구권 자금을 레버리지로 일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될 가능성 등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소양강댐 건설 현장. 이때 대일 청구권을 행사해 받은 자금으로 마련한 트럭 등 중장비가 활용됐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1960년대 소양강댐 건설 현장. 이때 대일 청구권을 행사해 받은 자금으로 마련한 트럭 등 중장비가 활용됐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이 보고서를 작성한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북미회담으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변화의 다리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한다”며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경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특구와 개발구 중심으로 경제 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일부 특구를 중심으로 개혁ㆍ개방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며 성과를 내려는 의도”라고 삼성증권은 관측했다. 또 주요 특구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향인 원산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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