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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도 CVID 강조하더니 … 트럼프 “하루 회담, 시간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 양국 대표단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 장면을 TV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양국 대표단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 장면을 TV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이 없었다. 나는 여기서 하루 회담했다. 집중적으로 많은 시간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제 과정이 시작되려 할 뿐이다.”
 
12일 오후 북·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뒤 직접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미국이 목표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만 들어간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성명을 봐라. 표현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서명한 공동성명은 기존 북핵 합의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전날까지도 “CVID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이며 V(검증)가 정말 중요하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고 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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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상 비핵화(denuclearization)에 대한 내용은 세 차례 등장한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등이다.
 
세기의 핵 담판으로 관심을 모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보다 진전된 약속을 하도록 미국이 강한 압박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트럼프식 모델’에는 높은 수준의 초기 조치(비밀 핵프로그램 신고, 핵물질과 핵무기 등의 조기 반출) 등 기존 북·미 간 핵 합의보다 발전된 창의적인 ‘+α’가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은 판문점 선언 정도의 수준이었다. 기자회견에서도 CVID나 시간표 등을 공동성명에 못박지 못한 데 대한 비판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V(검증)와 I(불가역성)가 빠진 것은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검증의 방법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는 검증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미국과 국제기구가 조합을 이뤄 검증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임의사찰 등 구체적 방법론은 말하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다음 조치를 묻자 “폼페이오 장관 등이 다음주 디테일을 논의할 것”이라며 뒤로 미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도 비핵화를 위해 ‘상호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나온다. ‘상호’라는 표현은 북한뿐 아니라 미국 측도 취할 조치가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한 뒤에야 제재 해제 등 보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비핵화 조치의 시간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일단 과정을 시작하면 상당 부분 완료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과거 어느 행정부도 이뤄내지 못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비핵화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도 “과학적·기술적으로 가장 빨리 하겠다. 15년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것은 맞지 않다”며 “분명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힘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돌아가자마자 (비핵화)과정을 시작하고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면서다. 하지만 구체적 시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김정은을 만나면 1분 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북한이 행동이 아닌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고 묻자 “세상에 보장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은 합의를 하고 싶어했다. 내 본능이 강하게 느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외교적 성과에 급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비핵화 합의에 서명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김정은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정상회담을 하고 싶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라며 “김정은의 완승으로 시작된 프로세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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