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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든 조선업, 중국 제치고 1위 탈환 눈앞

‘15척 대 0척’. 지난 5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계가 거둔 선박 수주 실적이다. 한국은 지난달 총 15척, 5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고부가가치 선박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한 무게 단위) 규모를 수주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55%를 쓸었다. 하지만 일본은 단 1척의 일감도 구하지 못했다. 중국은 13척, 25만CGT를 수주해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CGT란 수주량을 선박 무게로 환산한 단위인데, 무게가 같아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선박을 많이 수주하면 숫자가 커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수주한 선박 수는 비슷하지만, CGT 규모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더 많이 수주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최강자의 지위로 복귀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연간 선박 수주량 순위에서 중국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국내에서도 조선업은 ‘사양 산업’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수주 실적이 연말까지 계속되면 한국은 8년 만에 중국을 꺾고 한 해 기준 세계 1위 자리로 복귀하게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2일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가별 누적 수주량은 한국이 410만CGT(87척)에 달했다. 수주 점유율은 41%다. 중국은 수주량 359만CGT(157척), 점유율 36%로 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113만CGT(36척)에 점유율 11%에 그쳤다.
 
한국 조선사들이 올들어 수주 경쟁에서 선전한 것은 세계 선박 발주 환경이 벌크선(포장하지 않은 화물 운반선)과 탱크선(액체를 그대로 싣는 배) 위주에서 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선박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연료 사용이 강조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었고, 국제 유가 상승 국면에서 초대형 유조선(VLCC) 발주도 증가했다. 또 세계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로 전망되면서 물동량 증가에 대비한 컨테이너선 발주도 많아졌다. 이들은 모두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 우위에 있는 선박이다. 벌크선 제작에 경쟁력이 있는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일감을 구하기 힘든 환경이 이어졌던 것이다.
 
여기에 한국 조선사들은 중국보다 기존에 수주해 둔 선박 건조 물량(수주 잔량)이 적었던 점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5월 말 기준 국가별 수주 잔량은 중국이 2822만CGT(점유율 38%)에 달하고, 한국은 1696만CGT(22.5%)였다.
 
이런 흐름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모두 목표 수주량을 순조롭게 달성하고 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이미 조선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고, 중국도 낮은 인건비를 더는 핵심 경쟁력으로 삼기 힘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최근 수주 상황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감은 늘어도 국내 조선사 간 과열 경쟁으로 적정한 마진을 얻지 못하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수주 환경이 조선사들이 정상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 만큼 회복된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불황기라고 생산 능력을 너무 줄여버리면 호황이 왔을 때 일감을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산 능력을 너무 줄이는 데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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