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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반점 동맹’의 힘 … 한반도 통일에 목소리 키우는 몽골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북·미 정상회담이 태동을 시작한 지난 3월 초.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발표 12시간 만에 자신의 트위터에 “제안을 하나 던진다”며 글을 올렸다. 회담 장소로 몽골을 제시하며 “가장 적절하고 중립적 영토”라고 밝힌 것이다. 싱가포르에 밀려 막판 탈락했지만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몽골의 각별한 관심은 주목받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 국제포럼’ 현장을 찾았다.
 
 
“앤드류 김과 성 김이란 한국계 미국인 두 사람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 또 하나 ‘김(Kim)의 등장’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지난 7일 울란바토르 중심가 블루스카이 호텔에서 열린 몽골 국제포럼 행사장에서 만난 앤서니 김 미국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기자에게 김용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총재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북·미 관계가 급물살을 타게 돼 국제사회가 막대한 자금을 북한 개발협력에 쏟아부을 경우, 김 총재가 그 키를 쥐게 될 것이란 얘기다. 미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낸 김 총재는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고, 2012년 7월부터 IBRD 총재를 맡아오고 있다. 앤서니 김은 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몽골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몽골은 헤리티지 재단의 ‘경제 민주주의 지표(Index on Economic Freedom)’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에 올랐던 이 지역의 숨은 잠재력에 주목하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글로벌피스 재단(GPF, 회장 서인택)과 한반도통일몽골리안 포럼(회장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 등이 공동 주최한 포럼에는 한국과 몽골,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지에서 한반도 전문가 4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7~8일 이틀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진행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몽골협의회를 비롯한 현지 교민 사회와 ‘통일천사(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등 한국 내 통일단체도 참여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알리시아 캄피 미 아시아정치·역사협회 설립자는 주제 발표에서 “1990년 소련 억압에서 벗어나 새 국가를 만들고 상당한 민주화를 이룬 몽골은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잠양바트투르 몽골국립대 교수는 “1991년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이 한국을 최초로 방문해 한국 기업에 대한 면세 혜택과 몽골 광산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며 “남북한과 몽골 3국이 협력해야 했는데,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이 제안을 다시 살려낼 수 있게 됐다”고 기대를 보였다.
 
신진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는데, 난폭했던 김정은을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한국도 이번 기회를 움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 통일은 지구 상 마지막 공산주의 북한과의 대결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한다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권 탄압국가에 대해 인류 보편의 가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독재국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제니 타운 미 스팀슨 센터 연구분석관은 "한 문제를 풀면 다른 문제가 얽히는 등 끊임없이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게 동북아에서의 북한 핵 문제였다”면서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얼마나 실효가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타운 분석관은 "이미 우리가 남북한의 판문점 선언에서 본 것처럼, 북·미 정상회담 합의도 미 의회의 비준을 얻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문제 외에도 정치적 문제나 또다른 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인프라 지원 등에 한·일 측의 기여를 강조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이런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대북 경제지원과 보상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는 몽골의 반핵 비정부기구(NGO)인 ‘블루 배너’도 참여해 북핵 폐기를 위한 참석자 결의문을 냈다. 이 기구는 1998년 유엔이 승인한 ‘몽골의 핵무기 없는 지위’ 획득을 이끌었다.
 
아시아 중앙 내륙국인 몽골은 13세기 초 칭기즈칸이 대제국을 건설한 영화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구 소련에 이어 지구 상에서  두번째 공산국가가 되면서 체제모순과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다. 1948년 북한과 수교한 뒤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1990년엔 한국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다. 이후에는 남북한에 대해 균등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유학생과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국 내 몽골인 체류가 늘고 있다. 외교 당국자는 "3만여 명 규모의 한국 내 몽골인 숫자는 전체 해외체류 몽골인 15만명에 비춰볼 때 적지 않은 규모”라고 말했다. 신진 교수는 "충남대의 경우 학부와 석박사 과정에서 배출한 몽골 학생이 200여명에 이른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학교수·공직자·언론인 등으로 몽골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몽골과 한반도가 우랄 알타이어족에 속하며 오랜 기간 역사적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몽골반점’으로 상징되는 독특한 유대감이 남북한과 몽골의 돈독함을 더하게 한다는 것이다.
 
몽골은 북한과의 전통적 친선을 여전히 중시한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다. 2013년 10월 엘벡도르지 당시 대통령의 김일성대 연설은 북한 당국에 큰 충격을 던졌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인간의 욕구이며 이는 영원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또 “몽골은 생명권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며 2009년 6월 이후 사형제를 폐지한 사실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고 북한의 인권 현실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도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2004년 10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대북방송을 강화했을 때 초대형 송출 안테나 설비를 세울 부지를 비밀리에 제공한 것도 몽골”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북 유화정책을 쓰던 한국 정부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망설였지만 몽골이 선뜻 응했다는 것이다.
 
몽골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질 북한과 일본의 비공식 접촉 장소로도 점쳐진다는 게 일본 매체 보도다. 남북한 모두와 소통 가능한 장점을 지닌 몽골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목소리를 키워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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