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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넣어야 합격 … 한국 안보 해치는 아메리칸 퍼스트 안돼”

12일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싸움이 계속됐다. 양측 모두 덜 내주고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고유환·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 등 전문가 7인에게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채점 기준을 들어봤다.
 
전문가 7인 북·미회담 관전포인트

전문가 7인 북·미회담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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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비핵화 목표=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CVID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용어로 국제사회에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은 공개적으로 CVID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가장 합의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위성락 교수는 “비핵화의 개념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지만 ‘CVID’라는 표현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북한이 다 내려놓고 검증받겠다는 의미라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영우 이사장은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든, 우리가 말하는 ‘CVID’든 비핵화의 개념과 목표에 대해 서로 같은 의미로 확실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검증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만 CVID에서 ‘I(불가역적)’는 북한이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비핵화의 개념을 풀어서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비핵화 시한=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해 “두 정상이 틀림없이 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과 신속한 비핵화를 원하고, 김정은은 비핵화 조치에 따른 단계적 보상, 즉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한다.
 
신각수 전 대사는 “검증을 후속 협상에 맡겨 놓으면 협상이 질질 끌다가 끝나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핵물질·핵탄두 등 전략무기 반출은 의지만 있으면 1~2년이면 된다”고 지적했다. 천영우 이사장은 “딜은 원샷이더라도 행동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핵탄두 반출이든 핵무기·우라늄 농축시설 신고든 북한이 해야 할 초기 조치에 대해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유환 교수는 “트럼프가 한 차례 회담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큰 방향과 로드맵을 합의할 수는 있으나 시한이나 방식은 다음으로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은 검증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 한다’는 식으로 시한을 조건화해 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③사찰 방식=북한이 숨겨 놓은 핵무기와 핵시설을 언제, 어디든 볼 수 있게 하는 ‘임의사찰’ 방식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다.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가 깨진 이유는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방식에 대한 이견이 핵심이었다.
 
최강 부원장은 “북한 내 의심 가는 시설을 모두 사찰할 수 있도록 합의해 초기부터 북한의 성실한 신고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중에 발각될 우려가 있다면 거짓 신고를 하기가 부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영우 이사장은 “‘모든 시설과 물질, 정보, 사람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 보장’이 정상회담 때 합의되지 않으면 실무회담 때는 합의가 더 어렵다”며 “북한의 비핵화 완료 이후에도 언제든 의심활동에 대해 사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④경제적 보상=비핵화 조치는 두루뭉술하게 합의하고, 비핵화에 따른 보상으로 성급한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이 거론된다면 최악의 합의로 볼 수 있다. 신각수 전 대사는 “비핵화 이행이 안 되면 제재를 원상복귀시키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경제 지원도 일본의 배상금, 중국의 일대일로 확장 자금, 국제 금융기구의 지원 등을 활용해야 하고 한국이 과도한 지원을 부담하는 합의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강 부원장은 “경제 지원은 대북 제재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보장하는 성격이 약하기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에 꼭 포함되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특히 미국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보상에 합의하고 이를 주변국에 돌리려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⑤종전선언=한국 정부가 바라는 북·미 혹은 남·북·미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는 효과적인 초기 보상 조치로 볼 수도 있지만 미국의 군사옵션을 제한해 한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천영우 이사장은 “트럼프의 공명심 때문에 불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한국의 안보를 희생하는 ‘아메리칸 퍼스트’에 기초한 합의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교수도 “비핵화의 진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억지력만 약화시키는 합의, 비핵화와 떨어져 평화 구도만 앞서 나가는 합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3대에 걸쳐 개발한 핵을 포기할 때 체제 안전보장 조치가 없으면 협상이 성사되기 어렵다”며 “북·미 적대관계 해소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북한과 미국 간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 정상화 약속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조약을 통한 체제 안전보장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도 정권 교체가 된다면 불안하지 않겠는가. 트럼프 임기 1기 내에 큰 가닥은 잡아서 CVID와 CVIG(완전한 체제보장)가 같이 가야 한다”며 “비핵화 체제가 되면 주한미군의 역할도 동북아 균형자 역할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미·윤성민 기자 yumip@joongang.co.kr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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