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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주는 선물을 잊고 살았다

『숲 사용 설명서』
저자: 페터 볼레벤 역자: 장혜경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가격: 1만5000원

저자: 페터 볼레벤 역자: 장혜경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가격: 1만5000원

국민학교 시절, “독일에서는 삼림 관리인이 최고 인기 직업”이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나이 어린 서울 촌놈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 턱이 없었다. 그러나 이젠 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오늘 미세먼지 나쁨’ 주의보에 느닷없이 분노가 솟구쳐 오를 때, 숲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를.  
 
이 책은 『나무 수업』과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페터 볼레벤(54)의 신간이다. 독일에서 임업대학을 졸업한 그는 ‘그 좋다는’ 산림 관리 공무원으로, 또 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으로 숲과 더불어 살아온 베테랑이다. 그가 일하고 있는 중서부 휨멜 지역의 숲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계 대신 말이나 사람의 손만으로 관리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몇 안 되는 친환경 숲 중 하나다. 이런 곳이 삶의 터전이라니,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다.  
 
경험과 생각을 담아낸 섬세한 묘사에 뭉근한 독일식 유머까지 잘 버무린 덕분에 술술 읽힌다(저자의 글솜씨가 우선 놀랍거니와 저자의 책 세 권을 내리 번역한 역자의 유려한 정리 솜씨도 일품이다). 읽다 보면 청량한 공기 가득하고 새들이 우짖는 숲을 유유자적 거니는 느낌이 절로 드니, 이게 바로 힐링일터다.  
 
눈이 오면 동물들의 발자국 사진을 찍어와 동물도감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늑대와 개의 발자국은 어떻게 다른지, 여우와 오소리는 화장실이 또 어떻게 다른지, 버섯은 왜 주로 가을에 갓을 만드는지 같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설명으로 책은 시작된다. 하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 낭만으로만 가득차 있는 곳은 없다. 숲도 마찬가지다. 숲을 찾는 사람을 괴롭히는 불청객이 모기와 등에다.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안면 마비를 일으키거나 극심한 관절통을 유발할 수도 있는 보렐리아 균을 가진 흡혈 진드기도 공포의 대상이다. 사람의 몸에 장기간 체류하며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여우촌충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간에 의한 숲 생태계 파괴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쉬운 예가 야생 동물에 먹이주기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냥꾼들이 주는 먹이는 겨울이 가혹한 자연 도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도록 만든다.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그러니까 먹여살릴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한 개체는 보통 추운 겨울에 사라진다. 너무 잔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굶어 죽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야만 식물이 초식 동물의 개체수와 균형을 유지한다.”(45쪽)  
 
포유류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인 토종 활엽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동물들이 먹을 수 없는 침엽수를 옮겨다 심으면서 겉모습만 숲일 뿐, 작은 생태계들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 포식자인 늑대를 사냥해야 한다는 견강부회 논리, 밀렵한 야생 동물의 고기와 관련된 논란(심지어 체르노빌 출신의 방사능 멧돼지 논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단일 수종 조림지에서 일어나는 잦은 산불의 위험성 등을 경고하는 말을 듣다 보면, 역시 세상에 녹록한 일이란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당장 숲으로 가라”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더러워져도 되는 옷 한 벌 뿐, 그냥 걸어가기만 하면 숲이 주는 선물을 가슴 가득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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