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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들고 길위에서 5년…시애틀 은퇴 부부가 사는 법

스마트폰 들고 길에서 5년 "집도 팔았죠. 세상이 내 집인데" 
 5일 서울 서교동 한 골목에서 마이클·데비 캠벨 부부가 ‘집’으로 향하고 있다. 5년간 세상을 누빈 이들은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는 한, 즐거운 한,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한 유목민으로서의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5일 서울 서교동 한 골목에서 마이클·데비 캠벨 부부가 ‘집’으로 향하고 있다. 5년간 세상을 누빈 이들은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는 한, 즐거운 한,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한 유목민으로서의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시애틀의 근사한 집, 대형 자동차 그리고 요트. 
2013년 1월 40여 년 커리어를 뒤로 하고 은퇴한 마이클(73)과 데비(63) 캠벨 부부의 주요 자산들이었다. 스무살 첫 직장을 얻어 스포츠 프로모터로 일해 온 마이클, 어린 나이부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 온 데비는 냉장고 문에 ‘버킷 리스트’를 붙여 두고 은퇴 기념 첫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여행지 목록을 유심히 보던 딸은 “이 정도면 아예 민박하면서 장기 여행을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캠벨 부부는 당장 에어비앤비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 통역 앱 사용법을 익혔다. 미국 시민이 해외에서 비자 받는 법, 국경을 이동할 때 주의점들을 숙지하고 나니 떠날 준비가 얼추 돼 있었다. 요트와 자동차를 팔고 집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대로 새로운 삶, 노마드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같은 해 7월 첫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 
 “당시엔 무엇을 볼지 다 정해 뒀죠. 계획 세우기가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에요. 우리는 '원숭이 퍼즐(monkey puzzle)'이라고 부르죠.”
 
 여행가방 두 개, 베개 두 개, 16권째 여행 노트. 
 2018년 5월 말, 78번째 여행 국가로 한국을 방문한 캠벨 부부가 지니고 있는 자산들이다. 지난 5일 중앙SUNDAY와 만난 캠벨 부부는 한국에 대해 할 이야기가 이미 한 보따리였다. “2호선 녹색선에 ‘에이치(H)’로 시작되는 대학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데 선택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어찌나 어렵던지요.” 데비는 웃으며 쉴 새 없이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대륙을 누비며 유목민 생활을 만끽한는 캠벨 부부의 짐은 큰 트렁크 둘, 배낭 둘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여행을 방해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만약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           [캠벨 부부 제공]

대륙을 누비며 유목민 생활을 만끽한는 캠벨 부부의 짐은 큰 트렁크 둘, 배낭 둘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여행을 방해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만약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 [캠벨 부부 제공]

 
 세계 260여 개 도시를 방문하며 얻은 경험치는 5년 전과 비교할 게 아니다. 우선 에어비앤비로만 1000일 이상을 묵어 ‘수퍼 게스트’에 등극했다. 뉴욕타임스 서평란에 실린 책(『Your keys, Our home』)의 저자가 됐고, 인기 여행 사이트(seniornomads.com)의 주인장이 됐다. 
 “6개월만 시험적으로 해보기로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시애틀에 그냥 있었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처음 계획했던 6개월이 지나자 부부는 계획을 연장하고 집도 처분했다. 유럽을 돌고 아프리카 중동을 지나 뉴질랜드 호주를 거쳐 아시아로 들어왔다.한국 다음 목적지는 일본이다. 올여름에는 다시 프랑스와 유럽을 돌고 캐나다를 거쳐 10월에는 시애틀에서 결혼 4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그 다음은? “78개국을 봤지만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너무 많아요. 10월 이후엔 브라질로 향할 것 같네요.”
 
 그동안 이탈리아 해변의 요트 에어비엔비에서 흔들리며 쪽잠을 잔 적도 있고, 잘츠부르크의 암반을 깎아 만든 동굴 숙소에서 지낸 밤도 있다. 마이클이 세어 보니 대략 200여 개 종류의 침상을 경험했다. 어딜 가나 베개는 꼭 들고 가는 이유다. 하루 평균 3~4마일(4.8~6.4 ㎞)을 걸으며 세상을 봤다. 에어비앤비를 하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10주간 인턴으로 일하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 “딱 영화 ‘인턴’ 같았어요. 너무 젊은 동료들 틈에서 게스트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어요.” 데비의 말이다.   
 
 서울 서교동 주민 캠벨
마이클과 데비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숙소에 살면서 주민의 삶에 녹아드는 것을 즐긴다.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벤치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마이클과 데비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숙소에 살면서 주민의 삶에 녹아드는 것을 즐긴다.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벤치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한 부부는 홍대입구역 인근 빌라 5층에 ‘한국 집’을 얻었다. 이들에게 숙소는 집, 홈(home)이다. 한국에서 경복궁 한복 투어와 통의동 시장 방문, 비무장지대 투어도 했다. 하지만 로컬 삶의 체험에 더욱 관심이 간다고 했다. 데비는 ‘용기를 내’ 홍대입구역 한 미용실에서 손짓·발짓으로 설명해 머리를 손질했다. 또 한국 치킨의 ‘마력’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3일 밤은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내야석에서 관람했다(LG가 8대 0으로 이겼다). 미국 야구 경기엔 없는 치어리더를 보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말린 문어 도전만큼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포츠 프로모터로 오래 일한 '스포츠광' 마이클은 방문지에서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긴다. 지난 3일 잠실구장을 방문해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람했다.             [캠벨 부부 제공]

스포츠 프로모터로 오래 일한 '스포츠광' 마이클은 방문지에서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긴다. 지난 3일 잠실구장을 방문해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람했다. [캠벨 부부 제공]

 데비는 홍대 인근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아이들, 젊은이들이 넘치니 신나죠. 우리가 이 동네 최고령 주민인 게 분명해요.” 부부는 1주일간 홍대 구석구석을 훑어 보며 주민 생활을 즐겼다. 아쉬운 점은 근처에 신선한 채소를 살 시장이 없다는 것! 숙소와 교통, 분위기는 딱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길 위에 집을 둔 부부에겐 세상만사가 다 ‘내 일’이다. 이날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온 터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한 곳을 직접 보니 더욱 뉴스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이젠 어떤 뉴스를 들어도 우리 얘기 같다”고 했다. “어제(4일) 요르단 총리 실각 사태 소식을 들으면서 요르단에서 만난 친구들을 떠올렸죠. 한국 오기 직전 체류했던 싱가포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을 둘러보기도 했어요.” 데비는 “모든 일에 연루돼 있다는 마음이 들고 세계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우리가 여기 살고 있고, 여기에 속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비는 '올드 스쿨'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대학 노트에 빼곡하게 감상을 적고 이후 시니어노마드 사이트에 올릴 기초 자료로 사용한다. 벌써 16권째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데비는 '올드 스쿨'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대학 노트에 빼곡하게 감상을 적고 이후 시니어노마드 사이트에 올릴 기초 자료로 사용한다. 벌써 16권째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가는 나라의 정보를 미국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서 확인하는 마이클이 한국에 대해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출산율과 비만율이었다. “출산율이 226개 국가 중 220위이더라고요. 세계에서 거의 제일 낮죠. 그런데 한국은 부채도 없고, 인플레도 없고, 세금과 실업률도 낮고 이렇게 모두 날씬하다니. 굉장해요.”  
  
 부부는 자칭 타칭 ‘시니어 노마드’, 그러니까 은퇴 유목민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게 아니에요. 길 위에 우리 집이 있을 뿐이죠.” 
 유명 관광지를 보겠다고 무리하지 않고 여행자의 속도가 아닌 생활인의 속도로 움직인다. 빨래와 요리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인근 종교시설을 구경하면서 같이 예배도 보고 주민 대상 무료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얼마를 머물든지간에 그 동네에 스며든다.   

여행자가 아니라 방문한 곳의 주민으로 산다는 이들은 방문지 이벤트에 적극 참여한다. 호주 여행 중 난민 지원 센터에서 자원 봉사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데비 캠벨                [캠벨 부부 제공]

여행자가 아니라 방문한 곳의 주민으로 산다는 이들은 방문지 이벤트에 적극 참여한다. 호주 여행 중 난민 지원 센터에서 자원 봉사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데비 캠벨 [캠벨 부부 제공]

 이러니 예산은 여비가 아닌 생활비 개념이다. 마이클은 “시애틀에서 은퇴자의 삶을 살면서 쓰는 정도의 돈을 쓰는 것이었어요. 가능할지 우리 재무 상담사와 계획을 짰죠. 결론은 숙소에 쓰는 비용을 하루 평균 90달러로 맞추면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세상을 보고 즐기면서 돈은 거의 똑같이 쓰는 것인데, 당연히 움직여야죠.” 부부는 5년 전 세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포기한 것도 있다. 이들 부부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어차피 하나를 사면 하나를 짐에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숙소에서 밥을 해먹거나 간단히 거리 음식으로 때운다.  
 마이클은 “은퇴 자금을 충분히 모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축복받은 편이다. 미국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절대 부자라서 이렇게 다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에서도 썼을 생활비와 부부가 아직 건강하다는 점이 이들의 여정을 지탱하는 가장 큰 조건이다. 
 2남 2녀를 둔 부부는 자녀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 애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큰아들은 애들 둘을 휴학시키고 1년간 가족과 세계여행을 다녀왔어요. 우리를 보고 쿨하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죠.”
 
 부부 여행의 기술
 부부가 24시간을 함께하면 싸울 일은 없을까. 캠벨 부부는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데비는 “다행히도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각각 맡은 바가 달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이 아프리카를 썩 내켜 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지난 5년간 가장 큰 이견이었다. 예술가 기질이 강한 데비와 정보 습득을 중요시하는 마이클이 서로 하고 싶은 게 다른 날은 각각 따로 움직인다. 
 언제까지 노마드로 살 수 있을지는 이들 부부도 가끔 생각하는 문제다. 물론 힘든 날도 있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지만, 돌아오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매년 한 해가 마무리될 때쯤 서로에게 묻는다. "계속할까?(Do you wanna keep going? )" 대답은 늘 같았다. “그럼(Yeah)”.  
 이들은 자신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꼭 우리처럼 여행일 필요는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이유’ 수십 가지를 만들어 피하지 말고 용기를 끌어모아 도전하세요.”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시니어 노마드(Senior Nomads)= 연장자(시니어)와 유목민(노마드)을 합친 단어로 직장에서 은퇴한 후 모든 재산을 처분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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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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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