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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육아는 ‘시간’이다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거짓말인 줄 알았다. 멀쩡하게 잘 놀던 아이도 어린이집 보내기를 시작하면 감기를 달고 산다는 얘기 말이다. ‘육아의 고단함을 부풀린 엄살이겠지’ 했다. 아니었다. 지난 3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아들은 정말이지 부단히도 감기에 걸려왔다. 지난주 절정을 맞았다. 폐렴·중이염으로 고열에 시달리다 결국 일주일간 입원을 했다. 두 돌도 안 된 아들의 고사리손에 링거 주사가 들어갈 때 우리 부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신기한 경험을 했다. 협소한 소아 병동 5인실에는 제각기 다른 사정으로 아파 입원한 아이들이 있었다. 아들을 제외하곤 모두 초·중등생이었는데 대개 엄마·아빠가 돌아가며 아이를 돌봤다. 참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빠와 있을 때 입을 닫았다. 자신이 얼마나 아프고, 뭐가 간절히 먹고 싶은지 엄마에게 재잘대고 짜증 내던 아이들이, 아빠만 남으면 과묵해졌다. 간혹 건넨 말도 “아빠, 나 화장실” 정도. 아빠도 옆에 놓인 간이의자에 누워 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했는데, 답은 간단했다. ‘시간’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3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는 두 아빠가 나온다. 가난하지만 매 순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빠 유다이는, 부유하지만 차가운 아빠 료타에게 “애와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한다. 료타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고집하는데, 유다이는 어이없다는 듯 답한다. “무슨 소리에요? 시간이죠. 애들한테는 시간이에요.”
 
재잘대던 아이가 과묵해진 것도, 아빠가 벙어리가 된 것도, 자연스럽게 아빠가 육아에 소극적이게 되는 것도 모두 ‘시간’ 때문이다. 올해 초, 남녀 400명(만 20~49세)을 대상으로 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를 보면 배우자와 갈등을 겪은 이들 중 여성은 ‘배우자가 양육을 전적으로 부담시켜서’(63.3%), 남성은 ‘양육 방식의 이견이 커서’(46.9%) 갈등을 겪었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사실 나라고 다를 건 없다. 아이가 한 번씩 아프고 나면, 유독 아빠보다 엄마를 찾는다. 잠잘 땐 더 그렇다. 원래 아이는 아프면 엄마를 찾는다고? 틀렸다. 그저 ‘시간’의 결과다. 그러니 여간 섭섭한 게 아니지만 누구를 탓하랴. 혹 나와 사정이 비슷하다면 젊은 아빠들, 조금만 더 힘내자. 우리 그러다 나중에 ‘꿀 먹은 벙어리’ 되는 수가 있다.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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