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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8시간~40시간 알아서 정한다 … 독일 보쉬선 100가지 근무 중 선택

‘주 52시간 근무제’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이 다양한 근무 유형을 인정하는 등 근로자의 노동 유연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세데스 벤츠 제조업체인 다임러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등 독일 기업 700곳은 내년부터 주 28시간 근로 시간 체제에 들어간다.
 
이번 근로 시간 단축은 독일 최대 노조인 IG메탈(금속노조)이 지난 2월 노사 합의를 통해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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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일식 근로 모델의 방점은 ‘근로 유연성’에 찍혀 있다. 주 28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돈을 더 벌고 싶은 근로자라면 주 40시간까지 근무해도 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정하는 주체가 정부나 회사가 아닌 근로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보쉬는 “우리는 이미 임직원들에게 100여 가지의 다양한 근로시간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알렉산드라 스피츠 오에너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미국 경영 전문매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에서 “독일에서는 임금과 노동 조건 협상에 대해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며 “노조와 기업,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협상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럽 국가도 정부가 직접 근로 모델을 구축하기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한다. 핀란드 등지에서는 산업 현장의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근로시간 저축제를 운용하고 있다. 회사와 계약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초과 근무 시간을 저축해 뒀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 쓰는 제도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처럼  일정 기한 내에서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등 노동 유연성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는 예컨대 첫 주는 58시간, 다음주는 46시간 일하는 식으로 평균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를 1년 단위로 설계할 수 있다. 노사가 합의만 한다면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도 인정받는다. 미국도 주마다 이런 기한 제한이 없거나 최대 1년의 탄력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개정한 일명 ‘마크롱법’(노동법 개정안)을 통해 노동시간을 기업이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노사 협의에 따라 탄력근로제는 최대 1년 단위로 적용이 가능하며, 근로자는 일주일에 최대 6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한국에선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취업 규칙’으로 정할 경우 적용 기한이 2주 이내로 제한된다. 노사 간 서면 합의에 의할 경우에도 3개월을 넘지 못한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이 소득과 직결된 직군과 달리 프로젝트성 업무나 정보기술(IT) 개발 등 창의성을 요구받는 근로자들은 근로시간과는 무관하게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만큼 이를 선진적인 근로문화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도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성공 열쇠는 기업들이 쥐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한 인력 확충과 설비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여성과 남성 모두 가정 안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며 “역으로 직장에서도 남녀평등이 가능해지고 남녀 모두 일·가정 양립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여성들의 ‘워라밸’이 남녀의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쳐 출산율 반등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선영·김정연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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