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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처럼 맛있는 책 골라주는 ‘북슐랭’ 서비스

[CEO 탐구] 예스24 김석환 대표
국내 온라인 서점 1위인 예스24의 김석환 대표이사(44)는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다. 인터뷰 장소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김 대표는 자유분방한 외양과 달리 신중하고 차분한 어조로 화제를 이어갔다. 그는 4차산업 혁명시대의 흐름 속에서 서점의 미래에 대해 “결제와 배송이 중시되던 한국의 온라인 서점 비즈니스가 이제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콘텐트 공급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세그룹을 이끄는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73)의 장남이다. 니트·스포츠 의류 수출전문업체로 명성을 떨쳤던 한세실업은 2003년 예스24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현재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3월과 6월 김 대표와 동생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이사(42)를 양대 주력 계열사의 대표로 선임하면서 2세 경영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김석환 대표. [김경빈 기자]

김석환 대표. [김경빈 기자]

 
전통산업에 속하는 책을 다루는 회사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항상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이 국력의 근원이 되고 개인의 경쟁력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우리의 인생에서 책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책을 전달할 수 있는 차세대 지식 전달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전공(정보공학)에 맞지 않은 가업을 이어받았는데.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4년 현지에서 IPTV 관련 벤처회사의 창업에 뛰어들었다. 투자 유치에 정신 없던 어느 날 문득 100% 외부 투자를 받는다면 10년쯤 뒤에 성공한다한들 결국 내 손에 남는 지분이 3~4%도 안 될 것이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가까운 곳에서 사업하라는 어머님의 권유도 있고 해서 한국행을 결심했다. 전공을 살려 2009년 국내 최초로 결제가 가능한 전자상거래 앱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예스24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예스24는 지난해 45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국내 온라인 서점 시장의 50%를 점유하는 1위 업체다. LG그룹 출신 전문경영인 김기호 대표가 도서 사업 부문을, 김석환 대표가 디지털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담당하는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석환 대표는 기존 전자책 단말기의 6~7인치 화면을 10인치로 늘리고 필기 입력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선한 신모델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 ‘크레마 엑스퍼트’의 출시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드론 배송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찢어진 청바지 즐겨 입는 40대 CEO
 
늘 이렇게 입고 다니는가. 회장님이 뭐라 하지 않더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모습이 이상한가. 패션 회사를 경영해봐서 그런지 자식들 옷 입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안 한다. 편하게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다닌다.”
 
장남인데도 동생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를 맡았다. (동생이 대표이사인 한세실업은 지난해 매출이 1조7000억원으로 예스24의 4배에 가깝다.)
“회장님이 늘 ‘글로벌 기술 기업이나 새로운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모태가 패션·의류기업이었지만 삼성이 그랬듯이 IT기업으로 나아가지 말란 법 없다. 도전적인 분야를 맡으란 뜻으로 알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IT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사업을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금수저 2세 오너 경영인이란 시각이 부담스럽지 않나.
“다섯 살 되던 1979년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난 적이 있다.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가 붙자 무서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자라면서 항상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니 초인적인 절제가 바탕에 있더라. 성공 그 자체보다 절제 있는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주력할 경영계획은.
“국내 온라인 서점 시장은 사은품에 관심 많은 소비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이와 관련된 사업을 더욱 강조할 방침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과 일본의 주요 공연 티켓을 국내에서 직접 예약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 벤처회사와 공동으로 읽어주기 기능(TTS)을 탑재한 점자 전자책도 하반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평소 책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
“어릴 때부터 집에서 책은 밟지도 말라는 엄한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스트레스를 독서로 풀 정도로 활자 중독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 많은 콘텐트가 돌아다니는 시대가 되자 경쟁력 있고 도움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책이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독서로 스트레스 풀 정도 활자 중독
 
김 대표는 자신을 원서에서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많을 땐 한 해 동안 500여 권의 책을 독파한 적 있는 책벌레라고 밝혔다. 주로 작가별로 몰아서 전자책으로 읽는다. 그는 “‘어떤 책도 읽는 모든 이에게 서로 다른 책’이란 에드문트 윌슨의 말처럼 책을 통해 지혜를 얻는 독서의 경험은 각자에게 각기 다른 깨달음을 준다”고 강조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책은 여전히 유용한가.
“아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집중 시간이 20여 분에 그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선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읽는 힘을 키우기 위해 집안에서 TV를 치우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지 않나. 정보는 인터넷에 흘러넘치지만 깊이 있는 지식은 독서를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다. 아무리 정보화가 진행돼도 지식 습득을 위한 독서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도서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꿈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형 무협지인 ‘라이트 노블(light novel)’을 담은 신세대 도서 유통시스템 ‘시프트 북스(Shift books)’를 개발한 것도 청소년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읽는 행위를 리뉴얼해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게 목표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는 말은 옛부터 있던 공자님 말씀 아닌가.
“앞으로 인공지능에 의한 도서 추천을 통해 고객 수준과 취향에 맞춘 콘텐트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미슐랭처럼 ‘맛있는 책’을 골라준다는 ‘북슐랭’ 서비스를 이미 모바일에서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의 콘텐트가 전자책으로 제공돼 구매에서 독서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식 경험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지만, 전자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자책과 실물 책은 마치 전자담배와 궐련의 차이와도 같다고나 할까. 편의성에선 전자책이 압도적이다. 넓고 얇은 정보를 읽는 데는 모바일이 편리하지만, 깊이 있는 정보엔 태블릿이나 PC가 유용하다는 건 이미 증명되지 않았나. 국내 전자책 시장은 이제 매년 15~20% 성장하며 2000억원 규모로 커지면서 1조5000억원대의 국내 출판 시장과 별도로 자리를 잡았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중국에선 이미 인세 수입으로만 연간 500억원을 돌파한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짜 좋아하기로 유명한 중국 사람들이지만 콘텐트는 유료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국내에는 아직 그런 수입을 올리는 작가가 없다. 좋은 콘텐트를 적정한 가치를 주고 보는 문화의 성숙이 아쉽다.”
 
온라인 서점 CEO답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추천해달라.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를 추천한다. 사람이 스스로 자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아래의 무의식 면에 가까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묘사가 신선하다.”
 
 
틈날 때마다 사진 촬영, 40만 장 찍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스티브 잡스.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그것에 따르는 능력의 소유 과정과 올바른 방향 설정, 시대를 앞서는 상상력, 성취해 낸 결과물까지 모두를 존경해 마지않을 수 없다.”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사진촬영이다. 12세 때 의사였던 할아버지로부터 니콘 카메라를 물려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가지고 있는 M9P 라이카 카메라(시가 850만원)가 애장품 1호다. 시간 날 때마다 출사를 즐겨 지금까지 찍은 사진만 40여만 장쯤 된다.”
 
창업이나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려는 비즈니스가 고객들의 어떤 ‘불편함(pain point)’을 개선하는 것인가, 어떤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라. 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글씨로 본 이 사람] 주관 뚜렷하지만 조심스러운 성격
김석환 대표의 글씨(사진)는 각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필체가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성격이 밝고, 합리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글씨로 본 이사람 (예스24 김석환 대표)

글씨로 본 이사람 (예스24 김석환 대표)

‘ㅇ’ 자의 경우 글씨 선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성적· 논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ㅇ’자의 크기가 크지 않은 편이어서 에너지나 기가 그리 강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서명의 ‘ㄱ’‘ㅓ’자를 보면 어느 정도 모가 나 있는 형태여서 주관이 뚜렷해 보인다.   
첫 글자를 크게 쓰는 것은 과시욕과 무대 기질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대부분의 글자가 정사각형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규범을 잘 지키고, 조심스러운 성격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석환 대표
● 미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졸업
● 미 조지워싱턴대 정보공학 석사
● 2007~2011 예스24 엔터테인먼트 사업 총괄 이사
● 2012~2017 예스24 상무·전무
● 2017~ 예스24 대표이사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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