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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뛰어도 멀쩡" 한국군 아이언맨 수트 입어보니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무기 개발에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방위산업 기업인 LIG 넥스원의 판교 연구소에선 앞으로 전장환경을 바꿀 ‘워리어 플랫폼’ 개발에 전력 집중하고 있다. 이날 살펴본 근력증강로봇은 벌써 시제품이 나왔고 성능개량을 진행 중이었다. 로봇기술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로봇을 착용해 움직이며 직접 확인해 봤다.
 
지난달 15일 LIG 넥스원 연구소에서 근력증강로봇 LEXO를 착용한 연구원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LIG 넥스원]

지난달 15일 LIG 넥스원 연구소에서 근력증강로봇 LEXO를 착용한 연구원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LIG 넥스원]

 
근력증강로봇은 미래 보병체계의 핵심기술이다. 전 세계 선진국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래의 전투환경은 매우 복잡하다. 장병이 휴대하는 개인화기와 군장 등 전투하중이 늘어나고 담당하는 작전반경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근력증강로봇은 장병의 임무수행 능력을 향상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산악 등 악조건에서도 무기ㆍ탄약ㆍ 장비를 옮길 때 힘을 덜어주고 전투 효율성은 높여준다고 기대된다.  
 
LIG 넥스원은 2010년부터 착용로봇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유압 파워팩ㆍ센서처리 보드ㆍ제어 알고리즘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해 LEXO(Lower Extremity eXOskeleton for Soldiers)란 브랜드로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방위사업청이 2016년에 착수한 ‘복합임무형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기술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0년에 계획대로 개발이 끝나면 로봇을 착용한 강력한 전투병이 산악을 뛰는 게 가능하다. 최대 70㎏ 무게를 들고 이동할 수 있으며, 40kg의 무게를 들었을 경우 시속 10㎞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완전군장(약 40kg)한 일반 보병의 행군 속도(4km)보다 2배 이상 빨리 움직이면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지난달 15일 LIG 넥스원 연구원이 LEXO를 착용한 취재 기자 어깨에 15㎏ 무인 로봇을 올리고 있다. [사진 LIG 넥스원]

지난달 15일 LIG 넥스원 연구원이 LEXO를 착용한 취재 기자 어깨에 15㎏ 무인 로봇을 올리고 있다. [사진 LIG 넥스원]

 
유재관 LIG 넥스원 무인화연구팀장은 “현재 기술은 전반적으로 선진국 대비 9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무게는 줄고 있다. 초기 모델(v 1.5)은 착용로봇 자체 무게가 40㎏ 수준이었지만 현재(v 2.0)는 2/3수준으로 줄었다. 연내 선보일 차기 제품(v 2.5)은 1/3수준, 2020년께는 10㎏ 이하까지 경량화하는 게 목표다. 유재관 팀장은 “각종 소재와 유압장치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력증강로봇을 착용하면 현궁 처럼 무거운 무기도 쉽게 들고 이동할 수 있다. [사진 LIG 넥스원]

근력증강로봇을 착용하면 현궁 처럼 무거운 무기도 쉽게 들고 이동할 수 있다. [사진 LIG 넥스원]

 
무게는 줄지만, 기능은 더 강화된다. 현재는 하부 근력만 가능하지만 차기 제품(v 2.5)에서는 상부 근력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물건을 들어 올리는 능력을 추가하면 무게가 13㎏ 정도인 현궁(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처럼 무거운 무기도 쉽게 들고 오랜 시간 작전할 수 있다. 또한, 평화적 임무에도 사용될 수 있다. DMZ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하면 남북한 평화지대 구축에도 기여할 수도 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지뢰탐지 장비를 들고 작업하는 시간이 늘어나 더 빨리 더 많이 지뢰를 찾아낼 수 있어서다. 지뢰를 제거하는 장병을 보호하는 무거운 방호 장비도 더 튼튼하게 갖출 수 있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뢰제거 임무 중인 장병들 모습. 보호장구 무게만 25㎏를 넘어선다. 탐지 장비까지 들면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사진 중앙포토]

지뢰제거 임무 중인 장병들 모습. 보호장구 무게만 25㎏를 넘어선다. 탐지 장비까지 들면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사진 중앙포토]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LEXO를 착용한 뒤 실험실 밖으로 나가봤다. 오르막길을 올라간 뒤 내려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자도 직접 착용하고 성능을 확인해 봤다. 처음 움직일 때는 불편했지만 몇 걸음 걸어보니 익숙해졌다. 과학적 원리를 보면 걸어갈 때 유압실린더가 힘을 실어준다. 걸을 때마다 실린더에서 기계음이 나면서 밀어주는 느낌이 와 닿았다.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동작을 감지하고 필요한 곳으로 힘을 보탰다. 실린더는 모터가 만든 동력으로 움직였다. 배터리에서 컴퓨터와 모터에 전기를 공급한다. 어깨 부위에는 ‘조작기’가 달려있어 동력 정보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고 감도 조절 및 비상정지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유재관 팀장은 “배터리는 아이언맨이 가슴에 달고 있는 원자로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동작 정보, 로봇에 탑재한 컴퓨터가 동작을 감지해 필요한 곳에 힘을 더해준다. [LIG 넥스원 제공]

센서를 통해 수집된 동작 정보, 로봇에 탑재한 컴퓨터가 동작을 감지해 필요한 곳에 힘을 더해준다. [LIG 넥스원 제공]

  
보행 기능을 확인하자 연구원들이 무게 15㎏ 무인로봇을 어깨에 올렸다. 짐을 올린 뒤 손을 놓았지만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뼈대와 같은 외골격 기구부가 무게를 지탱해 힘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특수 안경은 다양한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적외선 카메라가 수풀 사이에 매복한 적을 포착해 알려줄 수 있다. 일반 안경을 쓰고도 그 위에 편하게 쓰고 벗을 수 있도록 보조 장치가 달려있었다. LEXO는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다. 로봇을 착용하고 움직일 때 불편함이 전혀 없지는 않다. 유재관 팀장은 “신체체형과 맞아야 효과를 보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체형에 최적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 전투병사 체계 성공적 추진을 위한 세미나'에 일체형 개인전투 체계(왼쪽)와 통합형 개인전투 체계가 전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 전투병사 체계 성공적 추진을 위한 세미나'에 일체형 개인전투 체계(왼쪽)와 통합형 개인전투 체계가 전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방사청은 민간 주도로 플랫폼 기술 확보에 나선 뒤 시범운용을 통해 군에서 활용 가능한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LIG 넥스원은 방사청ㆍADD와 민군복합 사업으로 개발을 진행하는데 ‘산업노동 지원을 위한 착용식 근력증강 로봇기술 개발’ 국책사업,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험지 적응형 하지근력 고반응 제어기술’ 민군겸용 기술사업,  ‘재난 구조 작업자용 첨단슈트’ 사업 등에 참여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방사청은 “미래소요와의 연계성 고려한 HW, SW의 표준화ㆍ모듈화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계 플랫폼은 군수용과 함께 민수용으로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를 추진하고 미래소요와 연계해 진화적 개발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전남 장흥군 장동면 남해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구조대는 산소통 한개를 착용하고 터널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제공=뉴스1]

지난 4월 전남 장흥군 장동면 남해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구조대는 산소통 한개를 착용하고 터널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제공=뉴스1]

 
근력증강로봇의 적용 대상은 ▶소방 ▶재활의료ㆍ실버산업 ▶ 농업ㆍ일반산업 등 다양하다. 소방용은 무거운 산소통을 지탱해줘 소방관이 한꺼번에 두 개를 착용할 수 있다. 지금은 소방대원이 산소통 한 개만 착용하고 현장에 들어가는데 지하 깊은 곳이나 고층 화재 현장에 도착하면 산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실상 현장만 확인하고 금방 지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산소통을 하나 더 달아 화재진압 시간을 늘리고 여기에 방열기술을 적용한 수트까지 더해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생활용 제품은 이미 실용화에 성공했다. 의료보조장치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부상ㆍ장애ㆍ고령화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운 경우 로봇 보조장치가 도와준다. 앞으로 상부 근력 기능이 더해지면 농업과 산업용으로 확대될 수 있다. 무거운 짐을 옮길 때 힘을 덜어줘 노동 강도를 낮추고 부상도 방지한다. 그러나 근력증강로봇은 현재로썬 비싼 장비다. 이미 상용화된 의료용은 보통 300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유재관 팀장은 “병사용 시재품은 1억원이 넘지만, 개발을 완료한 뒤 양상 단계에 들어가면 의료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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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