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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깨질라” 위기의식이 부른 김정은의 통남전미

북·미회담, CVID와 CVIG 맞교환이 핵심 … 상당한 합의 가능성
한반도평화만들기 긴급 좌담회

한반도평화만들기 긴급 좌담회

한반도 정세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지 하루 만에 회담이 되살아났고, 남북 정상회담도 다시 이뤄졌다. 한국 현대사에 이보다 극적인 상황 전개가 있었던가. 세계가 한반도의 그레이트 게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왜 상황은 엎치락뒤치락했고, 남북은 한 달도 안돼 2차 정상회담을 했을까.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어떤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는 27일 중앙일보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어 현 정세를 진단하고 제언을 했다. 좌담엔 고유환 동국대 교수, 권만학 경희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영호 강원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한용섭 국방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고, 진행은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겸 논설위원이 맡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김정은, 비핵화 의지 재확인
‘트럼프 모델’ 수용 의지 있어


권만학 경희대 교수
다급한 북한, 먼저 회담 제안
비핵화 이행 디데이 정해야 
 
좌담회 참석하신 분들

좌담회 참석하신 분들

26일 다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배경과 결과를 평가한다면.
고유환=무엇보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남북 정상에게 있었다고 본다. 현 국면은 북한에 다소 어려운 흐름이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 건설 의지도 강한 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비핵화라는 정책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그동안 북·미 간에 다소 오해가 있었지만 자신의 본심(本心)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것이라고 본다.

박영호=한국을 통해 미국에 다시 접근해보겠다는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른바 통남전미(通南傳美)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럴 경우 강하게 반발하거나 최소한 수사적으로 미국을 위협했는데 김정은의 리더십은 다르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권만학=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과거 북한의 패턴과는 다르다. 북한이 아쉬워서 먼저 하자고 요청한 것인데 (이런 움직임이) 향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명림=김 위원장 제안으로 2차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무산 위기에 빠졌던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커졌고, 합의 수준도 비교적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박인휘=북한과 미국을 모두 끌어안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이 엿보인다. 특히 미국의 우려를 풀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각했다. 한국이 나서는 대신 미국에 의미 있는 역할을 넘기는 제스처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고심의 흔적도 보였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은 핵을 팔려고 하는데
원하는 값 안쳐주는 게 문제


박명림 연세대 교수
한국은 북핵 문제 당사자
내부 분열 상황은 막아야


박영호 강원대 교수
김정은, 경제 건설 의지 강해
CVID에 가까운 합의 가능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근본적 원인은 뭐라고 보나.
한용섭=북한 내에서 비핵화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 혼선의 원인이라고 본다. 북한이 핵 동결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같은 큰 조치를 했음에도 당 선전선동부나 군부가 대미외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미국 비난에 중점을 둔 결과 정상회담 취소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장 폐쇄 당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해 국면 전환을 했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름 ‘협상의 귀재’라고 본다.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살아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밝힌 대로 김 위원장이 전화나 서한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황지환=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상황을 급반전시키는 협상 전술, 북한 김 위원장의 벼랑끝 전술이 충돌한 결과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리비아 모델과 같은 비핵화 방안만 이야기하는 것이 불만이었을 것이다. 핵 실험장을 폐쇄하고 억류 미국인 3명도 석방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였는데 미국이 호응을 안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식 벼랑끝 전술로 몽니를 부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 강수를 둬 충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입장 변화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배후론을 제기했는데.
김병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통해 북한, 한국, 중국 3국에 경고 또는 압박을 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두 번째로 다롄(大連)에서 시 주석을 만난 뒤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 변수는 지금 북·미간 게임의 핵심 변수는 아니다. 일부에선 제재 약화를 우려하는데 최대 제재는 북한의 광물 수출 제재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 부분을 쉽게 풀어줄 순 없을 것이다.

박명림=북·중 밀착 상황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 협상의 주체가 북한 자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김정은, 정상국가화 원해
국제사회가 적극 지원해야


한용섭 국방대 교수
북·미, 주한미군 논의 안돼
비핵화 문제에 올인 해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실해졌는데 전망은.
박인휘=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비핵화와 관련해선 신속한 일괄 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접근을 희망하는 북한 간의 타협이 이뤄져 신속하되 단계론적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김병연=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핵 대신 경제를 얻어야만 국내의 지지도 받고 장기 집권도 가능한데 이 부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부족했다고 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개혁에 나서면 민간 자본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졌다. 북한은 핵을 팔려고 하는데 그 가격을 충분히 인정해 주지 않는 부분이 문제다. 미국이 비핵화와 비핵화 보상 사이의 격차를 채워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현익=아직 한두 번의 고비가 더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잘 살 것이라고 하지만 대북 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개설, 불가침협정 체결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신속하게 북·미간 실무 회담이 진행해 이 부분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2차 담화를 보면 북한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모델’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일괄타결과 속도를 북한 입장에서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할 경우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보장을 확실히 해줄지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최대 변수는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체제 안전보장 방안과 그 속도에 있다.

박명림=‘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안전보장(CVIG)’의 맞교환이 핵심일 것이다. 종전선언과 북·미 수교를 통한 체제 보장 방안이 어느 시점에 CVID와 연결돼 타결되느냐가 중요하다. 또 다른 변수는 합의 이후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해놓고 남북 사이에 조차 이행하지 않는 북한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 기후협약, 이란 핵협정 등을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이 과연 협상을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다. 결국 정상회담에서는 원칙적 일반적 합의를 이루고, 실무회담에서는 구체적 실질적 합의를 이루는 타협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고유환=맞다. 북·미 협상은 안보 대 안보 교환이 우선이 될 것이다. 북한이 의심하는 부분은 북·미 평화협정을 맺고 관계 정상화가 돼도 리비아 사태를 봤을 때 체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핵 폐기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 안보체제가 필요하다.

김병연=독재자의 최대 고민은 늘 국내 문제다. 김 위원장 스타일은 실용적이고 경제를 중시한다. 국제사회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합의에 넣어 실제 북한이 핵 폐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동력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만학=북·미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회담이 열리면 북·미간의 공통점만을 담은 ‘최소 수준’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동인(動因)은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다급하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도, 이번 남북정상회담도 모두 북한이 먼저 요청했다. 북한으로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무회담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북한의 의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정상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맞냐, 주한미군 거론 안 하는 게 맞냐 등 핵심 사안을 확인하고 정상회담으로 넘어가려 할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이런 부분에 대한 확인 없이 정상회담을 한 뒤 이후 실무협상에서 다른 얘기가 나오면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것으로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용섭=정상회담 이후 과거 제네바합의와 같은 고위급 협상이 불가피한데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이후 대미 협상을 한 미국 전문가가 많이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내에는 북한 전문가와 비확산 전문가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지 않으면 협상에서 미국에게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박영호=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최대한의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과 관련한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적어도 트럼프를 겉보기에 만족하게 해줄 만한 빠른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한은 핵 능력도, (핵무기 개발 관련) 데이터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요구하는 CVID에 가까운 합의는 가능하다고 본다.

2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과 남한 발표가 다른 내용이 있다. 북한 발표문에는 남북 정상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논의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미, 비핵화에 올인하고
주한미군, 의제에서 제외해야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트럼프, 예측불가능성 줄이고
한국은 ‘희망적 사고’ 버려야
 
한미 양국 정부 등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홍현익=첫 정상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도 생각해야 한다. 이번에 모든 것을 다 얻으려 하지 말고 확실히 실행 가능한 최대공약수를 합의문에 담고 하나하나 이행해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 회담에선 북한으로부터 CVID를 받아내고 미국도 줄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북 제재는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핵화 과정에서 일부를 완화하고 북한이 성실함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제재를 즉각 부활하는 조치(스냅백)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도 제재 완화 조치로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종전 선언도 평화협정 전(前) 단계로 할 필요가 있다.

한용섭=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전문가 없이 언론만 불러 실시했다. 선전에 신경쓸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신력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 직후 핵무기 3~5개를 폐기하는 ‘선제적 조치(front loading)’를 하고 폐기한 일부 핵무기를 프랑스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관심사가 끼어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주한미군 문제나 한반도 평화체제 같은 이슈 보다는 북·미 간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질서를 지키느냐의 문제에 올인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박인휘=북한 김계관·최선희의 발언을 돌이켜 보면 미국과의 담판에서 판을 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본다. 트럼프의 싱가포르 회담 취소 직후 나온 김계관 담화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그렇지만 합리적 의심은 중요하다. 불신을 가진 합의의 무용성을 이미 수차례 경험했던 만큼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

중국 관련 변수도 지적하고 싶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남북과 한미 관계에서는 잘 작동하는데 미·중 사이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관여하면 게임 방식을 복잡하게 만들어 부정적일 수 있지만, 거꾸로 북핵 문제가 국제화되면서 각자의 의무도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중국 문제’에 대한 중재자 역할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본다.

마지막은 북한의 ‘국가성(국가의 성격, 즉 정상국가화)’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 경제성장 의지가 국가성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가 이를 포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밖에서 투입되는 요인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박명림=최근 중국을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북·중 혈맹 관계가 복원됐기 때문에 국제 구도에서 중국 변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협조자로 이끌지 못하면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은 원칙적 합의만 하고 실무회담을 지속하면서 중간적 합의를 끌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무회담의 핵심은 검증이다. 북한의 핵 은닉과 은폐의 유혹, 국제사회의 검증의 칼날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미국은 러시아와 군축 협상 당시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불신하라, 그리고 검증하라, 검증하라, 검증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제 우리의 철학과 전략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 평화 문제에서 확실한 당사자인 만큼 당사자로서 비핵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전(全) 단계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분열로 이어지는 상황이 올 경우 과거의 국론 분열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 입장에서 합의가 중요하다.

박영호=김정은의 리더십 스타일은 김정일과 다르다. 젊은 지도자로서 새로운 북한을 만들고 싶은데 과거의 관성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김정일 시대에 남겨놓은 핵·미사일을 완성했지만 역설적으로 경제 건설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로 접근하는 스타일을 보이는 것 같다. 지금은 북한 비핵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만큼 한국도 핵문제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 4.27 판문점 공동선언은 남북이 기존 합의들의 이행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거론해야 한다.

마지막은 박인휘 교수가 제기한 북한의 국가 정체성 문제다. 김 위원장이 안심하고 경제를 건설하고 비핵화로 접근하려면 한국이 북한의 국가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남북이 평화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판문점 통일각 방명록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라고 쓴 것은 주목할만하다. 앞으로 남한의 대북 정책, 비핵화 문제, 체제 안전과 관련해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황지환=한국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강하다. 북한과 미국엔 각각의 전략이 있는데 이를 존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관련국 지도자들이 지속해서 협의하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예측 불가능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담 취소나 반전은 한두 번만 가능하다. 지속하면 북한 내부 상황 때문에 대외정책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권만학= 앞으로 북·미 실무회담이 이어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수많은 지뢰를 제거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핵 군축이냐, 비핵화냐가 확인될 것이다. CVID와 CVIG는 이 맥락에서 가려질 것이다.

북·미 양측이 불안해하는 일방적 배신과 미래의 불확실성 문제도 있다. 이것을 해결해 주는 선에서 타협책이 나와야 한다. 문제를 ‘디데이(D-day) 설정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위한 협상을 전면적으로 개시해야 한다. 이를 디데이 이전에 합의하고 북한이 핵 불능화를 이행하면 디데이로부터 북한의 과거 핵을 반출해야 한다. 반출은 3~6개월 이내에 가능한데 이것이 끝나는 날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대규모 경제 지원에 들어가는 방식을 추진하자는 얘기다. 북한의 핵 은닉에 대한 부분은 나중으로 돌려도 괜찮다. 북한이 국제시장 경제에 편입되면 은닉한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재)한반도평화만들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학술연구·통일 운동·교육활동을 통한 평화 공감대 형성과 통일 기반조성을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한 단체다. 국내외 정책 실무자와 저명학자가 참여하는  ‘한반도 전략대화’ 포럼, 코리아 퍼스펙티브 보고서 발간, 통일·북한 강좌 진행, 통일 스쿨, 문화를 통한 평화 만들기 등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정리= 차세현 기자·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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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