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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나지막한 동거

[비행산수 시즌2] ⑤ 2000년 세월 쌓인 경주
비행산수 경주

비행산수 경주

“칠불암이요. 그쪽에서 들판 건너다보이는동부 능선이 장관이지요. 겹겹이 늘어선 봉우리들을 손가락으로 톡 치면 동해로 주르르 쓰러질 것 같아요. 도미노처럼 말입니다.”
 
경주에서 어디가 가장 마음에 남느냐고, 국립경주박물관 유병하 관장에게 물으니 주저하지 않고 답을 한다. 뜻밖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에는 자랑할 곳이 숱하니 말이다. 불국사와 석굴암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다. 남산·월성·대릉원·황룡사·산성 등 다섯 개의 문화유적지구도 함께 등록됐다. 경주의 나이는 2000살이 넘는다. 통일신라시대 때는 당·왜·아랍 상인들까지 드나들던 국제도시였다.
 
토함산 북사면을 타고내린 물이 덕동호로 모이고, 이 물은 보문호와 북천을 거쳐 형산강과 만난다. ‘부처의 나라’ 남산을 감싸며 흐르는 형산강은 북진하며 포항에서 영일만으로 빠져나간다. 북천을 경계로 경주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림에서 보면 신라의 자취는 북천 오른쪽에, 고층아파트 무리와 산업단지 같은 현대 풍경은 왼쪽에 있다. 여백 속에 봉긋봉긋 솟은 원들이 왕릉이다. 여기서 첨성대·계림·안압지·황룡사지가걸어 다닐 거리다. 월성은 신라의 궁궐이 있던 자리로 반달처럼 생겨 반월성이 라고도 부른다. 그려놓고 보니 지금의 경주도 반달 모양이다. 삶과 죽음의 사이는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데, 이 느릿한 도시에서 위압감을 주지 않는 무덤과 층 낮은 집들은 나지막하게 동거한다.
 
오른쪽 위에 희미하게 울산이 보인다. 비행기 기수 앞이 불국사, 뒷산이 석굴암을 품고 있는 토함산이다. 수평선 아스라한 동해가 그 너머에 있다.
 
경주 사진을 오래 찍어온 오세윤 작가 작품들이 그림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림·글=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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